[기고] 표준특허 선도국의 꿈
어느 나라 어느 시대고 부국치세의 핵심 기초에는 경제생활 표준화를 위한 도량형의 통일이 있다. ‘도(度)’는 길이를 재는 자, ‘양(量)’은 부피를 재는 되, ‘형(衡)’은 무게를 다는 저울을 말한다. 이집트 피라미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길이 단위로 ‘큐빗(cubit)’을 사용했기에 가능했고, 진시황이 최초의 고대 중국 통일국가를 이룩한 것도 도량형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오늘에 와서도 기술 표준화를 선도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정보기술(IT)도 국제표준화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원천특허를 갖고도 후발업체에 되레 역습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수한 기술은 국제표준으로 자리잡는 것과 동시에 특허로 보호돼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제표준을 말할 때 특허가 포함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기술 간의 호환이 중요한 IT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제품생산에 꼭 필요한 필수기술이 특허로 이어져 표준특허라는 영역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 같은 표준특허는 새로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급부상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 특허협력조약(PCT·Patent Cooperation Treaty) 국제출원 건수가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출원 건수,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특허 생산성은 규모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제안한 국제표준(전체 11%)이 표준특허로 채택된 표준특허 보유율은 3분의 1 수준인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국제 표준화 활동노력에 비해 표준특허 보유율이 다소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높여나가기 위한 R&D 투자와 함께 기술의 국제표준화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4월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작년 말에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제1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이 의결됐다. ‘지식재산 강국, 풍요로운 미래’라는 비전 아래 올해부터 5년간 우리 사회를 ‘지식기반형 사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2016년까지 표준특허 확보 비율을 5% 수준까지 높여나갈 계획이다. 표준특허로 표현되는 지식재산이야말로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최고의 자원이다. 최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기업 간·국가 간의 지식재산을 둘러싼 경쟁은 우리에게 위기일 수도 있으나, 새로운 성장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풍부한 창의력을 보유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미래와 세계를 향해 꿈을 펼칠 수 있는 장(場)을 만들기 위해 올해를 지식재산 강국 원년으로 선포해 표준특허 선도국으로 자리 잡는 날을 기대한다.

김광림 < 한국발명진흥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