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서 車생산 줄인다
미국 GM이 13일 자회사 한국GM의 최고경영자(CEO)를 마이크 아카몬 사장에서 존 버터모어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 부사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GM이 한국GM의 일부 생산 물량을 유럽으로 이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이날 GM과 독일 금속노조가 누적 적자로 파산 직전에 몰린 GM의 유럽 자회사 오펠을 살리기 위해 한국GM의 생산 물량을 유럽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군산공장에서 생산 중인) 쉐보레 크루즈와 올란도를 각각 폴란드 글리베체 공장과 독일 보쿰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3300명의 근로자들이 크루즈와 올란도를 연간 26만대 생산하고 있다.

앞서 댄 애커슨 GM 회장은 지난해 8월 “GM의 향후 과제 중 하나는 쉐보레 자동차를 유럽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펠 구조조정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아시아 생산 물량을 유럽으로 이전해 유럽 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추측성 보도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는다는 게 본사와 한국GM의 입장”이라며 “사장 교체와 생산물량 조정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GM이 한국 생산 물량 이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기(3년)가 9개월여 남은 아카몬 한국GM 사장이 갑자기 사임하고 GM의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 부사장을 한국GM 임시 사장으로 발령낸 게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터모어 한국GM 사장은 2009년 9월부터 GM의 해외 생산설비 네트워크에 대한 관리책임을 맡아왔다.

GM이 한국 생산 물량의 유럽 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오펠의 생산 능력을 확충, 자동차 한 대당 생산비용을 줄여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펠의 직원은 4만여명이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오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지 한국의 생산 물량을 빼앗아가면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고 반발했다. 한국GM의 2대 주주(17%)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주 간 계약서에 산업은행의 동의 없이는 자산의 5% 이상을 관계사에 넘기지 못하게 돼 있다”며 “현재로서 물량이전 계획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장진모/최진석/류시훈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