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은 정치테마…이번엔 '親盧테마주' 급등
금융당국의 일제 점검에도 불구하고 ‘친노(親盧) 테마주’가 새로 형성되는 등 정치인 테마주의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정치인 테마주의 맛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테마주를 확대 재생산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16일 증시에서 친노 테마주로 분류되는 영남제분모나미는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4140원과 3805원에 마감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민주통합당의 대표로 선출되면서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은 2002년 당시 노무현 대선 후보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내는 등 친노 진영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3·1절 골프’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모나미는 필기구 등 문구류 판매가 주된 사업인 점이 부각됐다. 한 대표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세워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바른손(7.51%)과 S&T모터스(3.84%),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 씨가 이끄는 EG(7.55%) 등도 이날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정치인 테마주의 시세조종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새로 부상한 테마주를 인위적인 주가 끌어올리기 차원으로 해석하긴 힘들다”며 “테마주가 스스로 생명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정 정치인의 당선과 정책적 수혜와는 관계 없이 투자자들 스스로 ‘머니게임’에 빠져 투기적인 매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테마주 사태를 계기로 각 증권사들의 신용융자거래 현황을 파악 중이다. 테마주에 대한 신용융자 제한 권고 조치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