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韓牛)에 이어 육우(肉牛·젖소가 낳은 수컷 소) 농가들도 가격 폭락에 항의하는 시위에 가세했다. 정부의 소값 안정대책이 한우에만 치우쳐 있다는 게 육우 농가들의 주장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소속 100여명의 농민은 1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육우와 송아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2010년 평균 9654원이었던 육우 1㎏ 경락가격은 지난달 6713원으로 30.5%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우 1㎏이 1만5948원에서 1만2203원으로 23.5% 내린 것보다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보통 육우값은 한우보다 30~40% 저렴하다.

육우 농가에 더 큰 타격을 준 것은 송아지값 폭락이다. 젖을 갓 뗀 육우 송아지 1마리는 2010년 30만원에 거래됐으나, 작년 말 1만8300원으로 급락했다. 한우 송아지가 240만원에서 111만원(수컷은 217만원에서 76만원)으로 떨어진 것보다 폭락세가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한우의 적정 사육두수 유지에 실패하고 소고기 수입을 확대해 육우 송아지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며 “사료값 등 생산비는 계속 올라 마리당 15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등 육우 농가는 파산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육우 농가들은 경영 안정을 위해 입식장려금과 무이자 사료구매자금 등을 지원하고, 소비 확대 차원에서 군대 급식과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에 육우를 공급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정부가 한우 대책도 뒷북으로 내놨지만 육우에 대해서는 아예 ‘서자 취급’ 하며 무대책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찬호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협회의 요구가 합리적인 대책인지 검토해 볼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예산 투입을 요구하는 등 농가의 무리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민들은 이번 집회에서 송아지를 1만원에 파는 행사도 벌이려 했지만, 정부와 경찰의 봉쇄로 무산됐다.

임현우/서보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