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한국 뿌리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과제

(2) 뿌리산업, 무역 1조弗 달성의 숨은 공신


'뿌리산업'은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기초 공정산업을 뜻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달성한 무역 1조 달러의 일등 공신인 제조업의 근간이다. 산업 현장에선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해서(Dangerous) 이른바 '3D 업종'이라 불리는 금형, 주조, 표면처리(도금), 소성가공, 열처리, 용접 등이 6대 뿌리산업에 속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차량 1대를 생산할 때 뿌리산업 관련 비중은 부품 수 기준으로 약 90%(2만5000개)를 차지한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튼튼한 뿌리산업을 토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 LCD TV 중 고광택 블랙의 '보르도' 제품과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특성을 나타내는 '크리스털 로즈' 제품은 '이중사출·금형'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한경닷컴·한일재단 공동 캠페인] (2) 뿌리산업, 무역 1조달러의 숨은 공신

◆국내 뿌리산업의 현주소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의 통계 자료(2009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뿌리산업은 연간 총 생산액 약 36조 원(제조업 대비 2.7%), 수출액 89억6000만 달러(2.5%) 규모다. 업체 수는 2만5000개(10%), 고용 인원은 33만 명(11.8%)에 달한다. 6대 분야별 종사자 비율은 금형 23.5%, 주조 23.1%, 표면처리 21%, 소성가공 18%, 열처리 7.4%, 용접 6.9% 분포다.

뿌리산업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연계성이 높고 최종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기여도가 잘 드러나지 않아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로 존재해왔다. 국내 뿌리산업은 △기술인력 부족 및 고령화 △작업환경 열악 △상생협력 여건 취약 △성장세 하락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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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뿌리 기업 중 50명 미만 사업장 비중은 전체 83%에 달한다. 대부분 대기업의 2~4차 협력업체다. 기업 자체적으로 기술개발 역량이 약하다. 대기업 종속형 공급망 구조의 최하단에 위치한 탓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에 의한 동반성장 여건이 취약하다.

환경오염, 열악한 근무여건 등으로 인해 이직률도 높다. 우수 기술 인력의 신규 유입이 저조해 기술 전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현장은 초급 기능 인력의 신규 취업이 감소해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연령은 40~50대가 전체 53%이며 이중 숙련공은 34%에 불과하다.

최근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수요산업의 꾸준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뿌리산업 성장률은 2006년부터 한자릿수 성장에 머물고 있다.

◆ 뿌리산업 살아야 제조업 경쟁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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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의 뿌리산업 6개 분야 기술력은 일본을 '100'으로 기준할 때 한국은 '88.5', 중국은 '71.5'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한중의 간격은 점차 좁혀지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중반부터 모노즈쿠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 극복과 첨단 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해 '잃어버린 10년'을 뿌리산업 부활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 '10대 산업 진흥조치'를 통해 자동차, 철강, 기계설비 등을 주력 산업으로 선정하고, 그 기반이 되는 뿌리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국내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뿌리산업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조업 분야의 신성장 동력산업 창출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주력산업과 뿌리산업 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산업전략 기획업체인 (주)더비엔아이의 김윤명 이사는 "각종 IT 제품과 부품, 고부가가치 조선, 차세대 자동차, LED 조명 등 모든 산업의 경쟁력은 해당 분야의 원천기술과 제품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뿌리기술의 동반 고도화에 의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수 기능인력을 양성하고 뿌리산업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면서 "우리 정부가 연구·개발(R&D) 기술 지원 확대를 꾀해 기술집약형 전문 뿌리기업 탄생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한경닷컴 김정훈·박은아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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