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에 백화점·동대문 웃었다…명동은 '한산'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설)와 맞물린 설 연휴 동안 주요 백화점·면세점과 서울 동대문시장은 ‘특수’를 누렸다. 개별 관광객들은 고가의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을, 단체 관광객들은 패션타운이 몰린 동대문을 많이 찾았다. 반면 한파 탓인지 서울 명동·남대문 등 전통상가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었다.

○백화점 찾은 중국인 30% 늘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 덕을 톡톡히 봤다. 예년에는 단체 관광객이 많아 남대문 동대문 등 저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을 찾았던 반면 최근에는 ‘큰손’으로 불리는 개별 관광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근무하는 김병국 고객서비스 담당 과장은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중국인 춘제 관광객 수는 작년 설보다 30% 이상 늘었고 이번 주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신세계 백화점 본점을 찾은 중국인 고객도 평소 주말보다 3배 가량 늘었다.

현대백화점에선 몇백~몇천만원의 고가 제품을 선뜻 구입해가는 ‘큰손’ 고객이 많았다.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압구정 본점의 중국 인롄카드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0%가량 늘었다. 지난 22일 현대 본점 매장을 방문한 40대 중국인 부부는 까르띠에 여성용 ‘발롱블루’ 시계(810만원)를 구입한 뒤 4층 메이페어(프리미엄 남성구두 편집숍)에서 이탈리아 수제화 등 약 700만원어치의 남성화 5켤레를 사갔다. 장경수 현대백화점 마케팅팀 차장은 “중국 고객은 일회성 손님이 아닌 고정고객이기 때문에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회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도 호황이다. SPC그룹이 인천공항에서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 25개 매장의 경우 설 당일인 23일까지 사흘간 매출이 작년 설 연휴의 같은 기간에 비해 15% 증가했다. 정덕수 SPC 홍보팀장은 “손님 수는 작년 설에 비해 8% 정도 늘어났으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화과자 등의 선물세트가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단체 관광객은 동대문으로 몰려

영하 10도 안팎의 한파 탓에 명동·남대문 등 전통상가를 찾는 발길은 줄었다. 명동교자 칼국수집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최모씨(48)는 24일 낮 12시께 “이 시간이면 줄지어서 기다려야 되는데 홀이 꽉 차지도 않았다”며 “작년 설 연휴 때보다 중국인 손님이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명동 중앙로에 있는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4)도 “중국인 손님 자체가 거의 없다”며 “외국인은 일본인만 평소 주말 수준으로 올 뿐 춘제 특수를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동대문은 단체 관광객들로 붐볐다. 소매 쇼핑몰(두산타워 밀리오레 헬로APM)에는 수십명 단위의 단체 관광객들이 비교적 저렴하고 트렌디한 의류를 대량 구매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두타 인근 주차장에는 24일에도 20~30대의 관광버스가 빽빽하게 주차해 있었다. 이곳을 관리하는 김모씨(56)는 “작년 춘제 연휴 때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30%가량 늘었다”며 “관광버스를 타고와 쇼핑타운으로 바로 들어가기 때문에 한파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지혜/오상헌/임현우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