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공기나 마찬가지다. 피하거나 없앨 수 없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봤자다. 결국 붙잡히고 만다. 광고는 또 시대와 사회의 거울이다. 정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광고엔 요즘 무슨 산업이 뜨는지, 잘나가는 연예인이 누군지, 세상 형편과 민심은 어떤지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그전까지 TV 화면을 휩쓸던 아파트 광고가 사라진 대신 팍팍하고 불안한 삶에 대한 격려와 위안을 담은 이미지 광고가 늘어난 것만 봐도 그렇다. 2010년엔 사랑·소통·희망이 강조되고, 지난해엔 여기에 공감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해졌다.

단순한 위로보다 다른 세상을 향한 도전정신이 필요한 때다 싶었을까. 삼성전자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가 올 들어 파격적인 광고를 내놨다. ‘용감해져라(Be Brave, Please)’는 게 그것이다. ‘선제 공격하라, 모험하라, 저질러라, 전력 질주하라, 헤어져라, 울어라, 사고뭉치가 돼라, 제시간에 퇴근하라, 휴가 가라,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 같은 실행 방안도 곁들였다.

세대에 상관없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용기를 내보라, 그게 스마트한 삶’이라고 격려하는 한편 ‘갤럭시’도 계속 전진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갤럭시 광고가 아니라도 마음 한쪽에선 늘 속삭인다. “대들어봐. 뜻대로 해봐. 언제까지 그저 그렇게 살거야.”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무슨 소리냐고 다그친다. “찍힐 거야. 세상은 만만하지 않아. 만원이라고, 답답하고 숨막힌다고 버스에서 내리면 추워. 참아, 함부로 까불지 마.”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고, 성공의 비결은 인내력· 지구력· 친화력이라며 상사의 재미없고 반복되는 유머에도 크게 웃는 게 살아남는 법이라고 이른다. 이런 판에 다른 곳도 아닌 삼성에서 ‘용기’란 구호를 내놨다. 그렇게 하란다고 그럴 멍청이가 어디 있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지르지 않으면 결과는 없다. ‘지나치면 안되는 건 소금·이스트·망설임’이란 속담도 있다지만 표현되지 않은 건 없는 것이고, 실현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망상이다. 무모한 행동파로 여겨졌던 루터는 종교개혁의 성공자로, 신중했던 지식인 에라스무스는 패배자로 남았다.

행동하지 못하는 건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에 안주하려는 소심함 탓이다. 선험과 확률 통계에 매이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용기란 두렵지 않은 게 아니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한다. 올해엔 뭐든 시도해볼 일이다. 기적은 꿈 용기 열정의 합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