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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모방송사의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했다. 이 드라마는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께서 글을 읽지 못해 불편해 하는 일반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배경 및 과정들을 역사적 재해석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갔다. 세종대왕께서는 한글창제 뿐만 아니라, 많은 농업과 과학기술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며 측우기, 자격루, 해시계 등 실생활에 유용한 과학기구들을 발명·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업적은 백성을 긍휼히 생각해 몸소 실천하신 세종대왕의 인간존중 사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연평균 10%의 R&D 투자증가율을 유지하며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산업기술 경쟁력 제고에만 초점을 두고 시장성 있는 다기능·첨단제품 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장애인,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와 일반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R&D 차원에서의 지원노력은 다소 미흡한 것 같다.

우리가 무역 2조달러 경제로 조기 진입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좀 더 멀리보는 R&D 전략의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600년 전 백성 모두가 편안한 삶을 누리도록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을 중시한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에서 비롯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사람 중심의 따뜻하고 창조적인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R&D 36.5℃ 전략’을 발표했다. ‘R&D 36.5℃’는 기술에 따뜻함과 창조를 더하기 위해 사람을 먼저 고려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술혁신이다. 이런 창조적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 정부는 현재 장애인 편의 증진을 위해 추진 중인 ‘국민편익증진(QoLT)기술개발’ 사업을 일반국민의 수요에 부응하고, 생활여건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맞춤형·문제 해결형 기술개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이 사업을 전담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지원 및 관리해 정부정책 실현을 위해 함께할 예정이다. 아이디어 및 의견 제안자,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 의 수요자들이 직접 기획과정에도 참여하는 개방형 기획이 진행되며, 수요자의 컨설팅 및 제품 평가를 수행하는 피드백 평가관리를 통하여 사업화 및 제품 보급 유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준비하는 따뜻한 R&D의 실천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사람 중심의 따뜻하고 창조적인 기술혁신은 세종대왕이 백성에게 유익을 주기 위한 애민정신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박장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신산업평가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