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손실·유럽위기…철강·조선·항공·해운 실적악화 '쓰나미'
국내 간판 기업들이 ‘실적 악화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으나 철강, 조선, 항공, 해운 등 제조·운송 업체들의 수익은 전년 대비 20~30%가량 급감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나거나 적자로 전환한 곳도 속출하고 있다. 유럽발(發)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제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 석유, 철광석 등 원자재값 상승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작년 3분기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겹치면서 환손실로 인한 영업외적인 손실까지 크게 늘었다.

◆철강·조선, 글로벌 침체 ‘직격탄’

이달 중순 실적 발표를 앞둔 동부제철은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96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작년 하반기 철강시황 악화로 공장가동률이 50~60%대로 내려가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철근 제조업체인 한국철강도 지난해 40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4조1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동국제강 역시 영업이익이 1819억원으로 25.2% 줄었으며 순이익은 1387억원에서 109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순이익이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손실·유럽위기…철강·조선·항공·해운 실적악화 '쓰나미'
대형 철강업체들의 실적이 쪼그라든 것은 시황 둔화와 공급과잉으로 철강재 판매가 줄고 제품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시장의 판재류 유통재고는 120만~125만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요 조선사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실적을 발표하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작년 매출은 12.3% 늘어난 25조17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15.5% 감소한 2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10~20%가량 빠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저가에 선박을 수주한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해서다.

이 같은 추세는 올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해운시황 침체로 선박 발주가 줄어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조선업체의 선박 건조가 줄어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처럼 전·후방 산업 간의 동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항공·해운, 유가 급등+환손실

2010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대형 해운사들은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은 작년 4926억원의 영업손실과 82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로 전환했다. 현대상선도 작년 2899억원의 영업손실과 4641억원의 순손실을 입었으며 STX팬오션 역시 소폭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운항원가의 25~30%를 차지하는 싱가포르 벙커C유 가격이 급등한 데다 선박 과잉공급으로 운임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조2671억원의 매출과 45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0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5.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2.8% 줄었다. 유가 상승과 환율급등 등의 영향으로 순손실 규모가 982억원에 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4분기에만 유류비가 전년 같은 때보다 33.3% 늘어난 1조2154억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5조2918억원으로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91억원으로 40%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나 철광석 등을 도입하거나 시설 투자를 위해 달러를 많이 빌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항공, 해운, 철강업체들의 회계상 평가손실이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기업 간, 업종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창민/이유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