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가장 춥다는 2월 한파가 찾아왔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추위 더위는 지구온난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지구온난화는 지속적으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추세를 의미하지만 추위 더위는 국지적 온도 변화를 말한다.

유엔기후변화정부협의체(IPCC) 보고에 따르면 지난 100여년간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는 약 0.7도 올랐다. 북극의 경우는 5도가량 올랐다. 하루 밤낮의 온도차가 보통 10도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변화다. 이렇게 보면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등) 감축을 위한 각국의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이 호들갑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0.1도의 변화에도 지구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게 문제다.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인데 수차례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태양광선의 변화, 화산 폭발, 지각판 이동 등을 겪었다. 그러나 지구는 태생적 안전장치를 갖고 있어 이 충격을 복구해 왔다. 대표적인 안전장치가 에너지 평형능력이다. 지구는 에너지를 끊임없이 우주로 방출하며 항상성을 유지한다. 지표 온도가 증가하면 더 많은 에너지가 우주로 방출된다. 그럼 줄어든 에너지에 맞춰 올라간 온도가 다시 낮아진다. 또 공기 순환 때문에 온실가스와 열이 지구 전체에 퍼진다. 즉 열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지구가 평형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서, 폭설·폭우·가뭄·한파·무더위 등으로 이상 기후가 일어난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한파는 북쪽의 찬 공기가 계절에 따라 정상적으로 움직여 발생했을 수도 있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생긴 이상 한파일 수도 있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양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용상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것이고 인간 산업활동 탓이라는 생각이 많은 데 이는 과학적으로 분명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텍사스대, 호주 멜버른대 등 각국 연구진은 수십년 동안 지구 온난화에 따른 특정 생물종의 개체수·서식지·성장과정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기후변화와 직접 연결시키기 어려운 결과가 많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무분별한 배출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