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파나소닉…'리틀 경영의 神' 독재 'PDP 재앙'을 부르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에 회사의 운명을 걸겠다.”

2006년 나카무라 구니오 파나소닉 회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오쓰보 후미오 사장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후 오쓰보 사장은 “아마가사키시에 제3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금액은 2100억엔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소니 등은 PDP가 아닌 LCD(액정표시장치) TV를 주력으로 내세우기 시작할 때였다. PDP부문 세계 1위였던 파나소닉은 자신의 장점을 고집한 것이다. 이 공장은 2010년 완공됐다. 하지만 작년 10월 가동을 중단했다. 파나소닉의 예상과 달리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최근 “일본의 대표 기업 중 하나였던 파나소닉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PDP TV에 ‘올인’하다 제때 궤도 수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PDP 올인으로 최대 위기 자초

침몰하는 파나소닉…'리틀 경영의 神' 독재 'PDP 재앙'을 부르다
파나소닉은 지난 3일 “지난해 7800억엔(11조4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다. 1918년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회사를 세운 이후 가장 큰 위기라는 평가다.

파나소닉의 위기는 주력 사업인 TV에서 시작됐다. 파나소닉은 2005년부터 거점인 아마가사키에 3개의 PDP 공장을 지었다. 투자액은 6000억엔을 넘었다.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던 PDP 부문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쓰보 사장은 “투자 경쟁에서 지면 비용 경쟁력에서 밀리고 시장점유율도 빼앗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략은 창업자 마쓰시타의 ‘수도(水道)철학’에 집착한 결과라는 게 도요게이자이의 분석이다. 마쓰시타는 “수돗물처럼 물자를 풍부하게 공급해 많은 사람에게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LCD가 화질과 원가 면에서 대형 TV에 적합하지 않다는 파나소닉 자체 연구 결과가 이런 전략에 일조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TV시장은 이미 PDP에서 LCD로 넘어가고 있었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반응 속도 등의 단점을 극복한 대형 LCD TV로 시장을 확대해 갔다. 도요게이자이는 “제품의 부가가치가 아닌 생산량을 중시하는 전략은 과거의 산물이며 파나소닉은 예전 성공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에 가장 위험한 요소”라는 앨빈 토플러의 경영 제1법칙을 위배한 것이다. 파나소닉은 결국 작년 말 PDP에 올인한 전략을 폐기했다.

◆나카무라 회장의 독재

파나소닉이 과거 경영 방식에 집착한 것은 나카무라 회장의 영향이 크다. 2000년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2005년까지 회사 개혁을 이끌며 ‘마쓰시타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5년 회장으로 물러난 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쓰보 사장은 나카무라 회장의 지시를 이행하는 역할만 수행했다는 평가다. 나카무라 회장의 장기 집권으로 세대교체 시기를 놓치고 창의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실패한 것이다.

현 경영진은 “엔고(高)와 대지진, 높은 세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경영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있다. 도요게이자이는 그러나 “마쓰시타는 1970년대 엔고와 오일쇼크에도 꿋꿋이 성장해 역경에 강한 기업이라고 불렸다”며 “지금의 위기는 경영의 실패에서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파나소닉은 ‘시스템 가전사업’을 강화해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구, 냉장고 등 한 가지 제품이 아닌 패키지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요게이자이는 “파나소닉은 1960년대부터 시스템 가전사업을 추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며 “파나소닉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