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소위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경쟁적으로 총선 이슈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금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대통령 직속으로 불공정해결위원회까지 만든다고 한다. 민주당은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간재의 공급가격 등 조건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기업의 납품가격 문제에까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유례없는 발상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불법 후려치기 여부를 판단하는 납품단가 인하기준까지 만들겠다는 마당이다. 자칫하면 기업들이 시장에서 결정할 납품단가 조정폭을 정부가 정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의 요구도 기괴하기는 마찬가지다. 거래 기업과의 협약, 계약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사항까지 공개하라는 것이고, 심지어 정부 조달단가를 대기업·중소기업 간 계약 때도 준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국유화도 아니고 시장을 국유화하겠다는 꼴이다. 애플 등 해외기업이 국내기업으로부터 중간재를 조달할 때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납품가를 낮추려는 것은 기업 경영의 본질에 속한다. 원가가 경쟁력의 바로미터이고, 그 결과를 우리는 소비자 잉여와 기업이윤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납품가 인하가 계약을 명백히 위반해 위법 부당하게 이뤄졌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다. 그러나 이 경우조차 합당한 사법절차를 따를 뿐,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다. 더구나 지금 한국 중소기업의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보호와 그 결과로 초래된 과당경쟁에 그 본질이 있는 것이다.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기업은 그래도 사정이 좋은 회사들이다. 대기업 납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단독 내수 중소기업보다 높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더구나 이런 조치는 필시 국내 중소기업을 벼랑으로 몰게 된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소싱으로 돌아버리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다. 애플에 납품하는 업체의 이익률이 한국 기업의 평균보다 낮다는 것은 그럴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납품가 공개가 중소기업을 더욱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으로 몰아넣을 것도 뻔하다. 정치인들의 지능이 지금 문제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