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4년이지만 제대로 된 IT 정책은 하나도 없다는 원성이 높다. 방통위가 유일하게 실행에 옮겼다는 종편마저 무정견 끝에 무더기로 인가하면서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그야말로 방통위는 총제적 실패로 귀착되고 말았다.

방통위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능력과 관심이 처음부터 전혀 없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최시중 씨를 그 자리에 앉힐 때부터 우려됐던 일이지만 어쩐 일인지 연임까지 해냈고 결국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스마트혁명이 밀려들면서 기존의 경쟁 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데도 방통위는 20세기 정통부 시절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국내 전력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유치에 나섰던 글로벌 IT기업들의 IDC 얘기는 아예 쏙 들어가버렸고, 클라우드 컴퓨팅 정책이라는 것도 내세울 게 없는 그런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방통위 출범 당시 세계표준 와이브로를 다시 육성하겠다고 떠들었지만 지금은 LTE에 떠밀려 쫓아가는 신세가 된 것도 대표적 정책실패 사례다. 통신요금 정책도 방통위가 철학도, 원칙도 없이 정치권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소비자도, 사업자도 모두 불만인 그야말로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이러다 보니 최근 타이젠(Tizen)을 국가 OS로 지원하겠다는 정책도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애플 구글 MS 등에 맞서 삼성 인텔 등이 주도해 만든 타이젠을 새로운 모바일 OS 생태계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방통위가 개입해 일만 그르치는 게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을 정도다. 방통위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일만 터지면 업체들을 소집해 전시행정 벌이느라 법석을 떨고 정작 시장 변화는 제대로 읽지 못한 필연적 결과요, 전문성도 없는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종편을 한답시고 정치게임이나 즐긴 것이 지금의 방통위다. 균형감각이 필요한 방송과 산업진흥 능력이 필요한 통신을 분리해 제대로 된 인사를 앉히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