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선거 이대로 좋은가] "준비 안된채 서둘러 시행…돈 쓰고 교민사회 분란만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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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인가
총영사관에서 등록, 시카고 13개주 관할
車로 왕복 수십시간 걸려 생업 못하고 하루 까먹어
영주권자 "후보도 모르는데" 총선까지 할 필요있나
총영사관에서 등록, 시카고 13개주 관할
車로 왕복 수십시간 걸려 생업 못하고 하루 까먹어
영주권자 "후보도 모르는데" 총선까지 할 필요있나
“하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 “차로 왕복 10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누가 선거하겠느냐, 별 관심 없다.”
‘4·11 총선’부터 도입되는 재외국민선거에 대해 해외 교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재외국민 선거 등록 마감(11일)을 이틀 앞둔 9일 현재 등록자는 모두 9만9163명. 전체 재외국민 예상 유권자 223만6800여명의 4.43%에 불과하다. 마감까지 5%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재외국민투표 제도 전반에 걸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가 2007년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게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2009년 2월 재외국민투표 실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3년이 됐지만 정치권이 재외선거 유·불리 싸움을 하느라 제도적인 허점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 참여 어렵게 만들어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부재자 등록, 투표를 할 수 없고 공관을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게 선거 참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비례대표 선거만 하고 지역구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점도 재외국민 투표 열기를 떨어뜨린 결정적 이유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우편 및 인터넷 투표는 헌법이 규정한 비밀·직접 투표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비밀투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투표를 선호했다. 젊은층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게 유리한가, 불리한가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직접 공관을 찾아 등록과 투표를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정치권의 무책임이 부실선거로 이어진 셈이다.
때문에 땅이 넓은 미국이나 중국 지역 교민들은 상당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생업에 바쁜 교민들이 뉴저지나 펜실베이니아, 코네티컷에서 선거 등록만을 위해 몇 시간을 운전해서 뉴욕 맨해튼에 찾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미국엔 워싱턴 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11곳에 공관이 있다. 이 가운데 시카고 총영사관은 모두 13개 주를 관할하고 있다. 중북부의 비스마크는 시카고와 거리가 1300㎞에 달한다. 한 교민은 “차로 왕복 수십시간이 걸리는데 웬만한 정성 없이는 투표에 참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영사관을 찾아 등록을 마친 홍민균 씨(54)는 “10년 전 미국에 건너와 영주권을 받았다”며 “막상 등록은 했으나 지역구 의원이 아니라 비례대표 의원을 뽑기 위한 정당 투표권만 있어 이번 총선 때 투표에 참가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줄 대려는 인사들로 잡음
재외국민 투표가 교민사회 분열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한 교민은 “각 정당의 물밑 선거운동이 한인회 등 공식기구보다는 향우회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교민사회 분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일교포는 “정치 욕심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설치는 바람에 멀쩡한 교민사회에 괜한 분란만 일어나고 있다”고 씁쓰레 했다. 한 재미교포도 “교민단체의 세 과시와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인사들로 인해 여러 잡음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턱없이 모자라는 선거관리 인원으로 인해 불법선거 단속이 제대로 될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0명, 중국은 6명 등으로 선관위가 꾸려졌다.
그렇지만 실제 불법 단속에 나설 수 있는 인력은 각기 1,2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영사관이 관할하는 지역이 넓어 교통편의 제공이나 식사, 향응 대접 등 불법 선거가 벌어지더라도 이를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선 땐 참여율 높아질까
비례대표를 뽑는 총선과 달리 직접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대선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에 사는 이모씨는 “대통령 선거 땐 내가 선호하는 후보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랜드주에서 1시간가량 전철을 타고 워싱턴으로 와 등록한 강인혜 씨(27·학생)는 “먼 장래 미국에서 성공한 뒤 한국으로 역이민을 갈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워싱턴=김홍열/도쿄=안재석 특파원 twkim@hankyung.com
‘4·11 총선’부터 도입되는 재외국민선거에 대해 해외 교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재외국민 선거 등록 마감(11일)을 이틀 앞둔 9일 현재 등록자는 모두 9만9163명. 전체 재외국민 예상 유권자 223만6800여명의 4.43%에 불과하다. 마감까지 5%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재외국민투표 제도 전반에 걸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가 2007년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게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2009년 2월 재외국민투표 실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3년이 됐지만 정치권이 재외선거 유·불리 싸움을 하느라 제도적인 허점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 참여 어렵게 만들어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부재자 등록, 투표를 할 수 없고 공관을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게 선거 참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비례대표 선거만 하고 지역구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점도 재외국민 투표 열기를 떨어뜨린 결정적 이유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우편 및 인터넷 투표는 헌법이 규정한 비밀·직접 투표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비밀투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투표를 선호했다. 젊은층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게 유리한가, 불리한가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직접 공관을 찾아 등록과 투표를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정치권의 무책임이 부실선거로 이어진 셈이다.
때문에 땅이 넓은 미국이나 중국 지역 교민들은 상당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생업에 바쁜 교민들이 뉴저지나 펜실베이니아, 코네티컷에서 선거 등록만을 위해 몇 시간을 운전해서 뉴욕 맨해튼에 찾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미국엔 워싱턴 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11곳에 공관이 있다. 이 가운데 시카고 총영사관은 모두 13개 주를 관할하고 있다. 중북부의 비스마크는 시카고와 거리가 1300㎞에 달한다. 한 교민은 “차로 왕복 수십시간이 걸리는데 웬만한 정성 없이는 투표에 참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영사관을 찾아 등록을 마친 홍민균 씨(54)는 “10년 전 미국에 건너와 영주권을 받았다”며 “막상 등록은 했으나 지역구 의원이 아니라 비례대표 의원을 뽑기 위한 정당 투표권만 있어 이번 총선 때 투표에 참가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줄 대려는 인사들로 잡음
재외국민 투표가 교민사회 분열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한 교민은 “각 정당의 물밑 선거운동이 한인회 등 공식기구보다는 향우회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교민사회 분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일교포는 “정치 욕심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설치는 바람에 멀쩡한 교민사회에 괜한 분란만 일어나고 있다”고 씁쓰레 했다. 한 재미교포도 “교민단체의 세 과시와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인사들로 인해 여러 잡음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턱없이 모자라는 선거관리 인원으로 인해 불법선거 단속이 제대로 될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0명, 중국은 6명 등으로 선관위가 꾸려졌다.
그렇지만 실제 불법 단속에 나설 수 있는 인력은 각기 1,2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영사관이 관할하는 지역이 넓어 교통편의 제공이나 식사, 향응 대접 등 불법 선거가 벌어지더라도 이를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선 땐 참여율 높아질까
비례대표를 뽑는 총선과 달리 직접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대선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에 사는 이모씨는 “대통령 선거 땐 내가 선호하는 후보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랜드주에서 1시간가량 전철을 타고 워싱턴으로 와 등록한 강인혜 씨(27·학생)는 “먼 장래 미국에서 성공한 뒤 한국으로 역이민을 갈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워싱턴=김홍열/도쿄=안재석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