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총재에 김준일 추천…KDI 출신에 직원들 '패닉'
한국은행이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부총재의 후임 인사를 앞두고 패닉에 빠졌다. 조만간 임기를 마치는 3명의 부총재보 대신 사실상 외부 인사나 다름없는 김준일 한은 경제연구원장(사진)의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직이 발칵 뒤집혔다.

13일 청와대와 한은 등에 따르면 김중수 총재는 최근 이 부총재 후임으로 김 원장과 박원식 현 한은 부총재보를 각각 1, 2순위로 청와대에 추천했다. 2순위가 임명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에 따라 이변이 없는 한 1순위인 김 원장이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김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과 국제통화기금(IMF) 부과장 등을 지냈다. KDI 원장을 지낸 김 총재가 2010년 한은에 입성한 이후 김 원장을 영입했다.

한은 직원들은 “충격적이다” “이해하기 어렵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과거 인사 공식을 완전히 깨뜨렸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한은 부총재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임기를 마치고 나간 부총재보 가운데 발탁하는 게 관례였다. 이번에도 임기 만료를 앞둔 부총재보가 3명이나 있지만 김 총재는 이들을 모두 제치고 외부 인사나 다름 없는 김 원장을 선택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줄곧 변화를 강조해온 김 총재의 혁신 인사라는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김 총재가 조직 안정을 중시하는 한은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측근을 기용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형국”이라며 격앙된 반응도 보였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은 관계자는 “부총재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금통위와 한은 집행부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한은 업무를 잘 모르는 김 원장이 이런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4월이면 금통위원이 5명 교체되는 것과 맞물려 금통위의 안정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김재천, 장병화, 이광준 부총재보의 후임으로는 강준오 기획국장, 강태수 금융안정분석국장, 김종화 국제국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