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사업 떼내 SMD와 합병 추진
‘고육지책인가, 윈-윈 전략인가.’

삼성전자가 LCD(액정표시장치)사업부를 떼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문회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를 만들어 디스플레이를 반도체 못지않은 사업 분야로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MD를 합쳐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는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을 별도로 두는 게 시너지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디스플레이 사업의 핵심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연간 1조원 안팎의 이익을 냈지만 최근 LCD 패널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에만 1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SMD는 휴대폰과 태블릿PC에 쓰이는 소형 OLED를 전문으로 만들면서 계속 대규모 이익을 올렸다. 2010년에 327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작년엔 다른 전자부품 계열사인 삼성SDI나 삼성전기보다 많은 9000억원가량을 벌었다.

이 때문에 두 곳을 합쳐야 한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계속 제기돼왔다. 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면서 합병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디스플레이의 사업 특성상 OLED를 통해 지속 가능한 이익을 거둘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곳을 합병하면 연매출 29조원 이상의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로 거듭난다. SMD가 미국 코닝과 OLED 유리기판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 삼성의 디스플레이 부문의 사업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디스플레이 합병법인은 삼성물산을 제치고 삼성전자 다음으로 덩치가 큰 계열사가 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고객 달라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SMD를 흡수합병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부품사업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온 까닭이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시장 예상과 달리 LCD사업부를 떼내 SMD와 합병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을 반도체 부문처럼 글로벌 1등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별도 회사로 분할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제조 공정은 비슷하지만 고객군이 달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신규 고객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애플은 삼성전자 반도체를 가져다 쓰지만, 디스플레이는 삼성 제품 대신 LG와 대만산을 쓰고 있다. 삼성 LCD는 주로 일본과 중국 TV 업체들이 많이 구입하고 있다.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나 투명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 점도 전문회사가 필요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LCD사업부를 독립시킨 뒤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께 SMD와 합병토록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2008년 9월 삼성SDI의 OLED 사업부를 떼내 4개월 뒤인 2009년 1월 삼성전자 중소형 LCD 사업부와 합쳐 SMD를 만들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