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보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경기 둔화로 1월 취업자 수가 40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53만명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억6000만달러 무역적자를 낸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24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외 여건이 급속히 나빠지는 상황에서 고용시장만 유독 좋아진 점을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2373만2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53만6000명이나 늘었다. 20개월 만의 최대치였다.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고용이 통상 5만~6만명가량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경기 흐름과 고용의 시간차를 꼽을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 국내 경기가 급속히 나빠졌는데 고용은 1년가량 뒤인 2009년 하반기에 영향을 받았다”며 “작년 하반기 이전까지의 경기 회복 흐름이 요즘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군분투다. 노후 준비가 부족해 돈을 계속 벌어야 하는 50세 이상 중·고령층이 적극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50대 취업자는 작년 1월에 비해 37만6000명, 60세 이상은 21만3000명 증가했다. 중·고령층의 취업자 증가폭(58만9000명)이 전체 취업자 증가폭보다 크다. 40대였던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 50대가 돼 고령자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그 폭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5~19세(-1만9000명) 20대(-2000명) 30대(-4만8000명)의 취업자 수가 모두 감소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고령자들의 취업 활동은 매우 두드러진다.

다음으로 자영업자 급증을 고용 호조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자영업자는 2006년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다 최근 6개월가량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달에는 자영업자가 1년 전에 비해 19만명이나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개인택시·화물차를 몰거나 소규모 점포를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이 대거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구직에 지친 청년, 아예 마음 비워 - 취업자 증가 미스터리

부가가치가 적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달 일자리는 도매 및 소매(10만4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8만6000명) 사업시설관리(7만2000명) 농림어업(3만6000명) 등에서 많이 늘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제조업은 11만4000명 줄었고,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종사자는 41만명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운수업이나 도소매업 등 저부가가치 업종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고 있다”며 “자영업에서도 영세한 규모의 서비스업이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청년 실업자는 33만9000명으로 실업률이 지난해 4월(8.7%) 이후 가장 높은 8.0%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는 51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5만8000명 감소했지만 ‘그냥 쉬었음’은 1년 만에 14만3000명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계층을 ‘구직 단념을 넘어 구직에 무관심해진 계층’으로 풀이하고 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