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보너스'는 무슨…연말정산 세금 토해내는 사람 '수두룩'
대기업에 근무하는 황종원 과장(38)은 최근 회사에서 통보받은 연말정산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봉이 5000만원 수준인 그는 올해 50여만원을 더 내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황 과장은 “지난해보다 연봉이 소폭 올랐고 성과급도 조금 더 받기는 했지만 지출이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3월의 세금’

올해 연말정산 결과를 받아든 직장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과거 연말정산 때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돌려받았지만 올해는 거꾸로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근로소득자들에게 ‘13월의 보너스’로 여겨졌던 연말정산 환급이 ‘13월의 세금 폭탄’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나선원 과장(40)은 “세금 환급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연말정산 탓에 이달 월급이 줄어들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민경국 씨는 “50만원가량 환급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지난달 신용카드를 평소보다 많이 썼다”며 “막상 결과를 보니 돌려받는 세금이 한푼도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양가족이 없는 미혼 직장인이 추가로 세금을 내는 사례가 많았다. 신용카드 사용액 등 공제 대상이 많아 풍성한 연말정산 혜택을 기대했던 장년층 직장인들도 올해 결과에 당황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원천징수 감소+성과급 효과

국세청에 따르면 근로소득 연말정산 환급세액은 2008년 4조5845억원에서 2009년 4조5441억원, 2010년에도 4조3155억원으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세금을 환급받는 올해 환급액도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들의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매달 월급에서 떼는 ‘원천징수 세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연말정산에서 환급받기보다는 처음부터 매달 월급에서 떼는 세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 지난해 초 연말정산에 처음 적용했다. 월급을 받을 때 내는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연말정산 때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할 때 세금을 떼지 않은 경우에도 연말정산 때 환급세액이 줄어들거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전년도 총급여가 증가해 세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송기봉 국세청 원천세과장은 “지난해 성과급을 받은 사람들은 소득이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급액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공제 한도 줄어든 것도 영향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한도가 축소된 것도 환급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신용카드는 종전 ‘총급여의 20% 초과액’을 기준으로 적용했던 사용금액 기준이 작년 연말정산부터 ‘총급여의 25% 초과액’으로 바뀌었다. 소득공제 한도액도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연봉이 약 3000만원인 직장인이 신용카드 700만원, 직불카드 300만원을 지출했다면 2009년 연말정산에선 약 80만원을 공제받았지만, 올해는 50만원 정도에 그치게 되는 셈이다.

2009년까지 의료비로 공제가 가능했던 미용·성형수술비 및 보약 등 건강증진 의약품 구입비는 2010년부터 공제 대상에서 제외됐고 장기주택마련저축 납입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는 폐지돼 2010년에 가입한 근로자는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그나마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월세 소득공제 등이 신설됐다지만 대부분 집주인과의 마찰을 꺼려 실제로는 공제를 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