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900조 돌파…가구당 4560만원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90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부채 상환능력 취약 대출의 20%가량이 올해 만기 도래해 가계부채 부실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1년 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부채는 66조원 증가해 연말 기준으로 91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구당(전체 가구 2001만9850가구) 4560만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 중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858조1000억원으로 연간 60조6000억원 늘었다. 카드사와 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판매신용)는 54조8000억원으로 5조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역별로 보면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5.7% 늘어 증가세가 가파르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에 따라 가계대출을 적극 억제한 결과다. 반면 상호금융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대출은 13.7% 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했다. 보험사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도 6.8% 늘었다. 은행 대출을 억누르면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작용했다.

가계부채 900조 돌파…가구당 4560만원
이재기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작년 4분기만 놓고 보면 대출 증가세가 전년 동기 대비 둔화했다”며 “가계대출 연착륙 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출 수요자 중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한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둔화로 소득은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가계가 3중고(三重苦)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원리금 상환이 힘든 가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와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대출 잔액이 연소득의 400%를 넘는 부채 상환능력 취약 대출 중 21.2%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 작년까지는 이자만 갚았지만 올해부터는 원금까지 함께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또 만기 때 대출금을 일시 상환하는 방식으로 돈을 빌린 대출자 중 31.1%는 만기가 닥쳤을 때 원금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현진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이들 중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부담하는 신용대출자”라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부담이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둔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