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업계 군기반장이 나서야 …" '기름값 잡기' 총대 멘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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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장관회의, 기름값 인하 방안
정부 "주유소 판매물량 20% 타사제품 취급 가능"
정유사 "가짜석유 늘어 소비자 피해 늘수도"
정부 "주유소 판매물량 20% 타사제품 취급 가능"
정유사 "가짜석유 늘어 소비자 피해 늘수도"
결국 총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메게 됐다. 정부가 총력을 다해 매달리고 있는 기름값 인하 문제다.
물가 및 유류가격 안정대책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를 제쳐놓고 공정위가 석유유통시장 개선을 위한 실질적 시행주체로 나선다는 얘기다. 공정위도 처음엔 현행 법령과의 충돌, 민간부문에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논란 등을 의식해 나서길 꺼렸다. 하지만 공정위의 강력한 ‘행정지도’만이 시장의 규율을 제대로 확립시킬 수 있다는 범 경제부처의 요청에 또다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기름값 대책, 결국 공정위 행정지도로?
정부는 23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정유사와 주유소 간 ‘모범’ 거래계약 기준을 만들어 주유소 월 판매량의 20%까지 혼합석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말부터 석유제품 ‘현물전자상거래소’를 설립해 일반 대리점이나 주유소들이 온라인 기반으로 휘발유와 경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대책 모두 정유사의 우월적 지위를 깎아내려 주유소들이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석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이들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걸림돌이 제기됐다. 우선 혼합유 판매 확대는 현행 ‘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거짓·과장·기만적인 표시로 소비자들을 현혹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 법의 골자다. 예를 들어 SK 간판을 걸어놓고 별도의 고지없이 GS 제품을 팔면 법 위반이다.
여기에 주유소-정유사 간 법적 문제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정유사 입장에선 전량구매계약을 한 주유소들이 혼합석유를 판매할 경우 계약위반으로 소송을 걸거나 자사 브랜드를 내걸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공정위도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현행 표시광고법 내 관련 고시를 다음달 중 고치겠다는 것. 주유소들이 판매량의 20%까지 타사 제품을 팔더라도 관련 내용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지경부, 정유사 행정지침 준비
그렇다 하더라도 정유사나 주유소가 혼합판매 확대조치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정유사들 입장에선 굳이 동참할 이유가 없다. 물가당국 실무자회의에서 이런 의문들이 제기되자 또다시 공정위로 바통이 넘어갔다. 공정위가 정유사들을 상대로 강력한 행정지도를 펼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아울러 KRX의 석유류 거래 활성화도 공정위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지경부의 ‘행정지침’이라는 아이디어다. 이 지침에는 정유사가 정부의 거래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공정위 조사가 들어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정유업계로선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갖가지 불만과 함께 가짜 석유 유통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조치는 기업브랜드 전략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주유소들 중엔 혼합석유 거래가 늘어나는 것을 틈타 가짜 석유를 섞는 곳도 분명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시·광고법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표시·광고법은 석유뿐 아니라 소금, 설탕 등 겉 표면에 제품에 대한 설명·광고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주유소와 정유사에만 표시·광고법의 예외조항을 둔다면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 혼합석유
동일 유종에서 다른 정유사의 제품을 섞은 석유를 뜻한다. 법적으론 주유소의 혼합석유 판매가 허용돼 있지만 ‘혼합석유 판매’를 알리는 표시를 외부에 내걸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실에선 정유사-주유소 간 전량구매계약 관행으로 인해 잘 지켜지지 않는다.
박신영/윤정현 기자 nyusos@hankyung.com
물가 및 유류가격 안정대책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를 제쳐놓고 공정위가 석유유통시장 개선을 위한 실질적 시행주체로 나선다는 얘기다. 공정위도 처음엔 현행 법령과의 충돌, 민간부문에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논란 등을 의식해 나서길 꺼렸다. 하지만 공정위의 강력한 ‘행정지도’만이 시장의 규율을 제대로 확립시킬 수 있다는 범 경제부처의 요청에 또다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기름값 대책, 결국 공정위 행정지도로?
정부는 23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정유사와 주유소 간 ‘모범’ 거래계약 기준을 만들어 주유소 월 판매량의 20%까지 혼합석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말부터 석유제품 ‘현물전자상거래소’를 설립해 일반 대리점이나 주유소들이 온라인 기반으로 휘발유와 경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대책 모두 정유사의 우월적 지위를 깎아내려 주유소들이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석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이들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걸림돌이 제기됐다. 우선 혼합유 판매 확대는 현행 ‘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거짓·과장·기만적인 표시로 소비자들을 현혹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 법의 골자다. 예를 들어 SK 간판을 걸어놓고 별도의 고지없이 GS 제품을 팔면 법 위반이다.
여기에 주유소-정유사 간 법적 문제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정유사 입장에선 전량구매계약을 한 주유소들이 혼합석유를 판매할 경우 계약위반으로 소송을 걸거나 자사 브랜드를 내걸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공정위도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현행 표시광고법 내 관련 고시를 다음달 중 고치겠다는 것. 주유소들이 판매량의 20%까지 타사 제품을 팔더라도 관련 내용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지경부, 정유사 행정지침 준비
그렇다 하더라도 정유사나 주유소가 혼합판매 확대조치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정유사들 입장에선 굳이 동참할 이유가 없다. 물가당국 실무자회의에서 이런 의문들이 제기되자 또다시 공정위로 바통이 넘어갔다. 공정위가 정유사들을 상대로 강력한 행정지도를 펼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아울러 KRX의 석유류 거래 활성화도 공정위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지경부의 ‘행정지침’이라는 아이디어다. 이 지침에는 정유사가 정부의 거래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공정위 조사가 들어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정유업계로선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갖가지 불만과 함께 가짜 석유 유통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조치는 기업브랜드 전략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주유소들 중엔 혼합석유 거래가 늘어나는 것을 틈타 가짜 석유를 섞는 곳도 분명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시·광고법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표시·광고법은 석유뿐 아니라 소금, 설탕 등 겉 표면에 제품에 대한 설명·광고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주유소와 정유사에만 표시·광고법의 예외조항을 둔다면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 혼합석유
동일 유종에서 다른 정유사의 제품을 섞은 석유를 뜻한다. 법적으론 주유소의 혼합석유 판매가 허용돼 있지만 ‘혼합석유 판매’를 알리는 표시를 외부에 내걸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실에선 정유사-주유소 간 전량구매계약 관행으로 인해 잘 지켜지지 않는다.
박신영/윤정현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