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꼬꼬면에도 버텼는데…가격 인상 후 점유율 4%P '뚝'
라면시장 1위인 농심의 월간 점유율이 지난해 10%포인트 넘게 요동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후발주자들의 ‘흰 국물 라면’이 농심의 아성을 흔들었다는 시각이 많았지만, 정작 가장 큰 충격을 준 요인은 작년 12월 단행된 ‘나홀로 가격 인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라면업체 ‘빅4’ 중 유일하게 가격을 올렸던 농심의 작년 12월 시장점유율은 58.9%로, 한 달 만에 4.2%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격을 올리지 않은 삼양식품(15.1%→16.2%), 오뚜기(10.6%→12.9%),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9.6%→10.4%) 등의 점유율은 일제히 높아졌다.

대형마트의 판매량 집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한 대형마트에서 신라면 5개들이 점유율은 가격이 2920원이었던 작년 11월 14.1%였으나 3170원으로 오른 12월엔 10.1%로 한 달 새 4%포인트 빠졌다. 1년 전인 2010년 12월 점유율이 1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저항’이 상당했다는 분석이다.

신라면, 꼬꼬면에도 버텼는데…가격 인상 후 점유율 4%P '뚝'
농심은 당시 신라면의 권장소비자가격을 730원에서 780원, 안성탕면은 650원에서 700원, 짜파게티는 850원에서 900원 등으로 3년여 만에 평균 6.2% 인상했다. 반면 봉지당 1000원으로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은 흰 국물 라면에 주력했던 다른 업체들은 “버틸 여력이 있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체재가 많은 라면시장에서 농심이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한 뒤 점유율이 급감한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것”이라며 “라면업체들이 담합해 잇따라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작년 8월 출시된 팔도 ‘꼬꼬면’과 삼양식품 ‘나가사끼 짬뽕’의 파괴력은 예상보다는 약한 편이었다. 작년 초 68~69% 수준이었던 농심의 월간 점유율은 7월 66.4%에서 이들 제품이 나온 8월 64.5%로 1.9%포인트 하락에 그쳤고 9월엔 65%로 회복했다.

한편 소비자들이 인상된 가격에 점차 적응함에 따라 농심 점유율은 올 들어 반등하는 추세다. 지난 1월 농심 점유율은 61.2%로 회복됐다. 한 대형마트의 라면 판매순위에서도 신라면은 작년 12월 나가사끼 짬뽕, 꼬꼬면에 밀려 처음 3위로 추락했으나 이달엔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농심 관계자는 “작년 국내 라면시장은 1조9600억원 규모였으나 올해는 경기 침체로 외식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2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그 수혜는 농심이 가장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현우/송태형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