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ㆍ제품 좋아도 사업진출 시기 오판하면 소용없어"
“창업자들은 ‘좋은 기술이나 제품이 있으면 소비자들이 앞다퉈 쓸 것’이란 착각에 빠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소비자들의 요구보다 한참 빠른 서비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은우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35·사진)은 2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창업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 ‘시장 확장 시기를 잘못 예측하는 것’을 꼽았다. 한정된 자금으로 운영해야 하는 벤처기업은 시장이 커지는 타이밍에 맞춰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데 이 시기를 오판하면 큰 낭패를 겪는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자가 열심히 한다고 해도 오지 않는 시장을 앞당길 수는 없다”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사업 진출 시기를 잘못 판단하면 소용없다”고 조언했다. 이미 성장기에 접어든 시장에서는 신생 업체가 가져올 수 있는 파이의 양이 작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디어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장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끼리 모여 상상만 하지 말고 업계와 최대한 빨리 접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업 지표 역시 냉정하게 따져보라고 전했다. 이 심사역은 “다음 펀딩을 받기 전까지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자금 계획을 느슨하게 짰다가 문을 닫는 벤처기업이 부지기수”라며 “자금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두루 갖고 있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 심사역은 지난해 봄 심사를 받았던 한 업체의 예를 들며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개발인력의 역량이 약해 결국 외주 프로젝트를 반납했던 적이 있다”며 “국가고시에서 과락을 피하려면 모든 과목의 점수를 골고루 얻어야 하는 것처럼 종합적인 업무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우/김보영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