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금연에 또 실패한 당신, 다시 1년 기다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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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동기 확실하게 다지고 보건소 등 의료기관 활용을
중견 제조업체에 다니는 이모 과장(39)은 요즘 출근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10년 넘게 담배를 피워온 이 과장은 올 들어 회사건물 전체가 금연 빌딩으로 지정되면서 본의 아니게 중거리 달리기선수가 됐다.
사무실이 있는 15층과 흡연이 가능한 1층 외부 휴게소를 수시로 오르내리는 신세가 된 것. 담배를 피우고 사무실에 들어오면 옷에 밴 담배 냄새 때문에 슬며시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내가 이게 무슨 꼴이지,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암튼 이번엔 진짜 끊어야지’하고 다짐해보지만 또 작심삼일이다. 백해무익인 것은 알겠는데, 금연이 쉽지가 않다. 이 과장은 다음달이 더 걱정이다.
서울 시내 모든 중앙차로 버스정류소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또 내년이면 회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대로 인근 보행로 대부분이 금연구역이 된다. 이 과장은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금연 사무실·지정구역이 늘어나면서 이 과장처럼 흡연자들의 금연 도전은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금연 실패 坪括� 정확히 직시하면 금연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충고했다.
◆금연 동기를 뚜렷하게
흡연자가 대개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는 금연 동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박사는 “금연에 실패한 사람 대부분은 계기가 뚜렷하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분위기니까, 또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금연을 시도한다면 성공 확률이 낮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서 박사는 “건강에 나쁘니까 금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금연했을 때 본인에게 어떤 이득이 생길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며 “흡연으로 폐암 같은 병에 걸린다고 생각해보자. 폐암은 발병 3년 내에 80%가 죽는 병”이라고 덧붙였다. 금연 동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 금연 성공의 디딤돌이라는 얘기다.
◆스트레스 해소법 찾아라
담배를 끊었다가도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만 받으면 담배를 다시 피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담배를 끊은 사람 중 65%는 3개월 이내, 10%는 3~6개월 이내에 다시 흡연을 한다. 재발률은 1년 후 80%에 이르고, 1~2년 정도 참다가 다시 흡연하는 경우도 15%에 달한다. 대개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흡연 욕구를 참지 못해서다.
정유석 단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예전에 담배를 피웠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순간적으로 흡연욕구가 생긴다”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흡연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의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흡연 대신 시원한 물이나 오이, 당근을 먹거나 껌 등을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심호흡이나 산책도 좋다. 평소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지금 너무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술자리에선 비흡연자와 동석
잦은 술자리나 회식 등도 금연의 걸림돌이다. 옆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를 맡으면 자연스럽게 담배 생각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피할 수 없는 술자리라면 비흡연자 옆에 앉기를 권한다. 흡연자 옆에 앉으면 담배 연기에 더 많이 노출되고 흡연자가 담배를 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연은 처음 한 달이 가장 어려운 만큼 술자리 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연 도우미를 적극 활용하라
시중에 판매되는 각종 금연 도우미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니코틴을 다른 경로로 공급해 흡연에 대한 갈망이나 금단증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치, 껌, 사탕, 금연초, 먹는 약 등이다. 황정혜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금연클리닉 교수는 “니코틴 중독이 심한 사람이 금연에 성공하려면 약물요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는 구청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보건소는 2005년부터 금연클리닉을 운영해 금연 전문가인 상담사가 무료로 상담해준다. 금연클리닉은 초기 4주 과정을 포함, 총 6개월 동안 니코틴 의존도 검사 및 필요한 경우 금연용 패치, 사탕, 껌, 구강청결제, 지압기 등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의 금연상담전화(1544-9030)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연 사이트인 금연친구(www.xsmoke.net)는 병원까지 가서 의사와 상담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맞춤형 금연처방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박민선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
사무실이 있는 15층과 흡연이 가능한 1층 외부 휴게소를 수시로 오르내리는 신세가 된 것. 담배를 피우고 사무실에 들어오면 옷에 밴 담배 냄새 때문에 슬며시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내가 이게 무슨 꼴이지,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암튼 이번엔 진짜 끊어야지’하고 다짐해보지만 또 작심삼일이다. 백해무익인 것은 알겠는데, 금연이 쉽지가 않다. 이 과장은 다음달이 더 걱정이다.
서울 시내 모든 중앙차로 버스정류소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또 내년이면 회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대로 인근 보행로 대부분이 금연구역이 된다. 이 과장은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금연 사무실·지정구역이 늘어나면서 이 과장처럼 흡연자들의 금연 도전은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금연 실패 坪括� 정확히 직시하면 금연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충고했다.
◆금연 동기를 뚜렷하게
흡연자가 대개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는 금연 동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박사는 “금연에 실패한 사람 대부분은 계기가 뚜렷하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분위기니까, 또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금연을 시도한다면 성공 확률이 낮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이 아니라 본인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서 박사는 “건강에 나쁘니까 금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금연했을 때 본인에게 어떤 이득이 생길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며 “흡연으로 폐암 같은 병에 걸린다고 생각해보자. 폐암은 발병 3년 내에 80%가 죽는 병”이라고 덧붙였다. 금연 동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 금연 성공의 디딤돌이라는 얘기다.
◆스트레스 해소법 찾아라
담배를 끊었다가도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만 받으면 담배를 다시 피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담배를 끊은 사람 중 65%는 3개월 이내, 10%는 3~6개월 이내에 다시 흡연을 한다. 재발률은 1년 후 80%에 이르고, 1~2년 정도 참다가 다시 흡연하는 경우도 15%에 달한다. 대개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흡연 욕구를 참지 못해서다.
정유석 단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예전에 담배를 피웠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순간적으로 흡연욕구가 생긴다”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흡연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의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흡연 대신 시원한 물이나 오이, 당근을 먹거나 껌 등을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심호흡이나 산책도 좋다. 평소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지금 너무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술자리에선 비흡연자와 동석
잦은 술자리나 회식 등도 금연의 걸림돌이다. 옆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를 맡으면 자연스럽게 담배 생각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피할 수 없는 술자리라면 비흡연자 옆에 앉기를 권한다. 흡연자 옆에 앉으면 담배 연기에 더 많이 노출되고 흡연자가 담배를 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연은 처음 한 달이 가장 어려운 만큼 술자리 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연 도우미를 적극 활용하라
시중에 판매되는 각종 금연 도우미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니코틴을 다른 경로로 공급해 흡연에 대한 갈망이나 금단증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치, 껌, 사탕, 금연초, 먹는 약 등이다. 황정혜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금연클리닉 교수는 “니코틴 중독이 심한 사람이 금연에 성공하려면 약물요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는 구청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보건소는 2005년부터 금연클리닉을 운영해 금연 전문가인 상담사가 무료로 상담해준다. 금연클리닉은 초기 4주 과정을 포함, 총 6개월 동안 니코틴 의존도 검사 및 필요한 경우 금연용 패치, 사탕, 껌, 구강청결제, 지압기 등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의 금연상담전화(1544-9030)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연 사이트인 금연친구(www.xsmoke.net)는 병원까지 가서 의사와 상담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맞춤형 금연처방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박민선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