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유행어…어디까지 써도 될 지 애매~합니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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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때 "안녕하십니까불이~" 회의 시간 부장 말에 "고~뢰?"
유행어 홍수 속 '직장인 생존법'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부장-직원 간 소통의 수단…과하게 쓰면 '민폐' 될 수도
이모티콘도 상황 따라
상사한테 'ㅠㅠ' 남발했다가 진짜 눈물나게 혼날 수도
유행어 홍수 속 '직장인 생존법'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부장-직원 간 소통의 수단…과하게 쓰면 '민폐' 될 수도
이모티콘도 상황 따라
상사한테 'ㅠㅠ' 남발했다가 진짜 눈물나게 혼날 수도
유행. 모르면 바보가 되고 과하면 민폐가 된다. 얼마 전 한 개그 프로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다. “‘해품달’(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안 봤다고?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 물론 웃자고 한 얘기지만, ‘사람이 할 짓이야’라는 표현에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한다. ‘유행 따르기’에도 감각이 필요한 시대. 유행에 얽힌 직장 내 에피소드들을 정리해 본다.
“헉, 김 부장님도 드라마 보세요?” “그럼, 나 완전 폐인이잖아. 매주 본방사수하는데, 뭘.” 제지업체 김 부장은 부원들과 식사 도중 인기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얘기를 꺼냈다. 중국 역사소설 초한지를 좋아했던 김 부장은 우연히 드라마를 접했다가 푹 빠져 매주 챙겨보게 됐다. 평소 묵묵한 일벌레인 줄로만 알았던 그가 ‘폐인’ ‘본방사수’라는 전문용어까지 써가며 다음주 예고편 얘기에 열을 올리자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일 이후 부원들이 저에게 훨씬 친근감을 갖게 된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예요. 드라마 한 편이, 유행어 한마디가 서먹한 분위기를 바꾸는 ‘아이스 브레이킹’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고요.”
이처럼 드라마나 유행어 한마디가 직장 생활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과의 경계가 너무 흐려지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유행 스트레스
허 과장은 요즘 수요일과 목요일은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 ‘해품달’을 챙겨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라도 시간 맞춰 본 적이 없고 특히 사극은 좋아하지 않는 그가 ‘해품달’에 유독 집착하는 것은 부장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인사를 전날 드라마 얘기로 시작하며 “봤지?”를 연발하는 부장에게 맞장구를 쳐줘야 분위기가 술술 풀린다. 허 과장은 “초반엔 안 보고 버텼는데 한번은 기획안을 올렸는데 ‘꼴도 보기 싫으니 뒤돌아 서 있거라’고 하질 않나, 회의시간엔 ‘그 입 다물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다른 직원들은 웃는데 민망해서 혼났다”고 한다. 여기에 부서 내 허 과장의 라이벌인 조 과장이 부장에게 “명심하겠사옵니다” “하명하시옵소서”라며 맞장구를 쳐대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유행 따라하기도 TPO에 맞춰서…
메신저 이모티콘도 빼놓을 수 없는 유행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웃음을 뜻하는 ^^다. 최근 부서를 옮긴 김 과장은 ^^ 때문에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그는 부장으로부터 “보고서가 잘못됐잖아, 다시 수정해서 빨리 갖고 와 ^^”라는 메신저를 받았다. 김 과장은 말미에 ^^가 붙어 있는 걸 보고 부장의 지시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대판 깨졌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그는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동료의 얘기를 듣고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는 부장에겐 마침표와 같은 의미야. 모든 메신저 끝엔 꼭 붙이지. 부장은 아마 ‘너 회사 그만 두고 싶냐’고 혼낼 때도 ^^ 할 걸.”
윤정현/윤성민/고경봉/노경목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