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수 '파월 메모'로 총궐기…좌파 '反시장 캠페인' 뒤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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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헤리티지 재단' 만들자 - 너무 다른 韓·美 싱크탱크
美역사 바꾼 '헤리티지 재단'
1980년대 경제 호황 이끈 '작은 정부 큰 시장' 정책 입안
신뢰받지 못하는 韓 연구소
국책硏, 정부·여당 입맛 맞추고…민간硏, 모기업 비판 못하고
美역사 바꾼 '헤리티지 재단'
1980년대 경제 호황 이끈 '작은 정부 큰 시장' 정책 입안
신뢰받지 못하는 韓 연구소
국책硏, 정부·여당 입맛 맞추고…민간硏, 모기업 비판 못하고
○미국 역사를 바꾼 ‘메모’
반전의 모멘텀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루이스 파월이라는 검사가 만들어냈다. 그는 미국 전역의 우익 인사들에게 ‘보수의 총궐기’를 촉구하는 ‘파월 메모(Powell Memorandum)’를 보냈다. 이때 개인 자격으로 25만달러를 쾌척한 사람이 쿠어스맥주의 사주였던 조지프 쿠어스였다. 이를 신호탄으로 많은 독지가들이 성금을 내기 시작했고 오늘날 헤리티지 재단의 설립자금으로 꾸려졌다. 미국의 보수세력들은 이 재단을 기반으로 인적·물질적·지적 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총동원해 좌파 세력에 맞섰고 사회의 흐름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1815 vs 35
미국과 한국의 결정적 차이는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도’다. 헤리티지 재단을 비롯한 미국 싱크탱크의 연구보고서는 정부 관계자들이 주요 참고자료로 여겨지지만 국내 싱크탱크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미 펜실베이니아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1 세계 싱크탱크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싱크탱크는 35곳으로 35위에 그쳤다. 미국은 1815곳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숫자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내 싱크탱크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이들의 태생적 한계 탓이다. 대부분 국내 연구소는 정부나 모기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국책 연구기관은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연구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SK경제경영연구소 등 대기업 부설 연구소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모기업에 불리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보수 싱크탱크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기본적 요건으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조직 구조와 양질의 연구원을 꼽는다. 둘 다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헤리티지 재단은 개인 소액 기부금이 연간 운영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업 기부금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기부금을 내는 개인들은 대부분 미국의 현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산층들이다. 독립적인 운영을 생각한다면 국내에도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개인 기부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단 복수의 대기업들로부터 십시일반식으로 기금을 마련한 뒤 일반 국민으로까지 기부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가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think tank.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국방 전문가들이 국방 전략을 ‘구상(think)’하던 ‘안전한 공간(tank)’을 뜻하는 합성어에서 나온 말. 현재는 주요 정책 연구 기관을 일컫는 용도로 쓰인다. 주로 정책 결정자에게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비교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