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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포퓰리즘과 싸우자며 장관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약간은 당혹스럽다. 박재완 장관이 반(反)포퓰리즘 깃발을 들고 있는 것도 그렇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박 장관을 상찬하는 사설까지 썼지만 이는 국외자의 수박겉핥기일 뿐이다. 민주당의 정책과 청와대의 그것을 구분하기 어렵다. MB정부 4년은 좌익 이념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좌익집권의 큰 길을 닦은 기간이라는 혹평을 내려야 마땅하다. 청와대가 공정사회를 거론할 때, 자본주의 4.0을 설파할 때, 동반성장이나 공생발전 카드를 꺼내들었던 매순간마다 우익의 확대가 아니라 좌익이 합리화 정당화되었다. 지금의 정치 혼돈은 그 결과다.

이미 그 부작용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민 모두가 개별적 이익집단에 속해 이권과 특혜를 놓고 투쟁하는 만인 투쟁 상황이다. 노조와 시민단체에 국한되었던 이익집단화 현상이 지금은 지역별로, 직역별로, 기업 규모별로, 업종별로 확대 심화되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보다 동반성장론이 실은 더 치명적이다. 하나는 재분배에 속한다고 하겠지만 동반성장은 분배과정에 직접 개입해 시장을 파괴하고 만다. 복지 포퓰리즘은 시쳇말로 돈이 떨어지면 그만이다. 돈이 없다는데 더이상 무슨 복지가 가능하겠는가. 그러나 동반성장위나 지금 공정위원회가 하고 있는 일은 그것보다 더 나쁘다. 반시장이며 좌편향이어서 기어이 국가경제를 파괴하고 만다.

복지지출은 정부가 ‘재분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시장의 실패로 발생한다고 ‘주장되는’ 결과적 불평등을 완화시킨다는 논리다. 물론 잘못된 명제다. 시장이 한번 분배한 것을 정부가 어떻게 다시(재) 분배한다는 것인가. 재분배 정책이라는 단어는 실은 위선적이다. 시장에서의 1차적 분배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가난한 이웃에 대한 자선과 부조라는 도덕적 의무가 남는 것이지 ‘재분배’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동정공감이라는 인간의 도덕적 책무를 국가에 떠넘기는 기만이 재분배 프로그램의 본질이다. 도덕심은 국가나 사회가 아니라 자연인에게서만 나온다. 비열하게도 대부분 유권자들은 자신의 부도덕을 국가정책으로 포장하려 애쓸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동반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아예 시장분배 과정에까지 직접 개입하고 있다. 정부가 알뜰 주유소까지 직접 경영한다는 식이다. 자기책임과 공정 경쟁이라는 시장의 규칙을 원천 부정하는 꼴이다.

지금 정운찬 위원장이 또 사퇴하겠다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더구나 정부 조직도 아니고 민주적 책임을 지지도 않는 법외 조직이다. 여기에 공정위의 월권과 완장증후군이 합세해 시장을 무너뜨렸던 것이다. 공정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다. 그런데 위원장은 행정부의 돌격대처럼 처신해왔다. 그렇다면 백번을 양보해 물가기관을 자처하면서 칼을 휘두르던 공정위는 그동안 물가를 단 1%라도 잡았는가? 아니, 그런 방법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지적 수준인가. 나꼼수만 저질인 것도 아닌 모양이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무뇌(無腦)처럼 보이는 것은 공정이나 공생 등 기본 철학이 잘못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백화점 불러다 수수료 낮추라고 꿀밤주고, 대기업들 멀쩡한 사업 못하게 하고, 기름값 낮춘다며 장부 뒤져 압력 넣고, 통큰 치킨 못하게 유통혁신 틀어막고, 동네슈퍼 살린다고 대형슈퍼 영업 막고, 피땀 흘린 영업이익 나눠먹으라 하고, 중소기업 살린다며 좀비 기업 양산하고, 좀비들은 멀쩡한 다른 회사까지 망하게 하고, 중기에서 대기업으로 직장도 못 옮기게 하고, 생산성 투자 아닌 저생산성 고용에 세금혜택 더 주고, 서민금융한다며 서민들 빚더미로 내몰고, 카드수수료는 정부가 정하고, 미소금융 만들어 자영업자 더 죽이고….

돌아보면 실로 이보다 더 1차원적일 수는 없다. 이런 엉터리 정책의 종결판이 엊그제 발표된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 정책이다. MB 경제정책의 업그레이드판이다. 결국 경제를 죽이고 서민을 죽이고 기업을 죽이고 기어이 국가 전체를 ‘가짜 지상천국’으로 안내해 갈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경제를 죽여놓고 그 원인은 또 다른 곳에서 둘러댈 것이라는 점이다. 정말 ‘정치가 기가막혀’다.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