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위헌 요소 없는지…" → "국회 통과된 만큼 입법 취지 반영"
신용카드 수수료를 정부가 결정토록 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여신전문금융업법(일명 카드수수료법) 개정안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심의·의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이 법 개정안에 대해 한 달 전에는 위헌 소지를 지적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으나, 정작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영세상인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총선을 의식한 ‘말 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신금융업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위헌 시비를 떠나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할 게 아니라면 국회에서 통과시킨 만큼 입법 취지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결된 여신금융업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하 영세 가맹점의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달 말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영세업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이지만 정부가 시장 가격인 카드수수료 인하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때문에 이 대통령도 지난달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법 개정안을 염두에 두고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입법 단계부터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은 없는지, 입법화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전문적인 검토를 해서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수수료법이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하지 않도록 대체입법(재개정)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날 ‘입법 취지’를 강조하자 금융위도 당장 법 재개정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이 우대돼야 한다는 입법 취지는 존중한다”며 “법이 12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법률 검토, 관계부처 협의,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한 용역 결과 등을 감안해 묘수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코앞에 닥친 4월 총선에서의 ‘표심’을 의식해 이 대통령이 원칙을 꺾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방법론은 틀렸지만 영세상인을 보호하자는 카드수수료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재개정을 추진할 경우 ‘정부가 영세사업자보다는 대기업 계열 카드사 편만 든다’는 지적이 나올 것을 우려했다는 얘기다.

한편 카드업계는 가급적 빨리 새로운 국회에서 법을 재개정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계속 반발하고 있다. 박성업 여신금융협회 홍보부장은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정부가 직접 정하게 한 여전법은 시장경제 원리를 명백히 침해한다”며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업계가 힘을 모아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차병석/류시훈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