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5일 0시 발효] 1만원짜리 와인·체리·건포도 값 2000원 이상 내린다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발효됨에 따라 미국에서 수입하는 품목들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발효 즉시 미국산 9061개 품목의 관세가 없어지고, 향후 10년 안에 모두 1만1068개 품목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유통·수입업체들이 관세 인하·철폐분을 반영해 미국산 상품의 판매가격을 얼마나 낮출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미국산 과일값 10~20% 떨어져

와인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날과 신동와인은 칼로로시, 로버트 몬다비 등 미국산 와인가격을 15일부터 10~14% 내린다. 관세 15%가 즉시 철폐되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나라셀라와 롯데칠성음료 등은 재고물량과 통관시점 등을 고려해 인하시기를 내달 이후로 미뤘다. 김숙영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팀장은 “환율과 현지공급가 등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기존 재고분을 포함해 일률적으로 내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수입 과일 중 미국산 비중이 높은 것은 오렌지와 체리다. 오렌지는 2018년까지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되고 시기별로 관세율이 달리 적용된다. 올해 3~9월에는 50%에서 30%로 낮아진다. 체리는 24% 관세가 바로 없어진다. 문상윤 롯데마트 과일 바이어는 “3~5월이 제철인 오렌지는 현지 작황 부진으로 시세가 올랐지만 관세 인하 덕분에 작년보다 10%가량 싸질 것”이라며 “5월부터 들어오는 체리값도 10~20%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견과류도 5~10% 싸진다. 아몬드와 피스타치오는 8%와 30%의 관세가 즉시 없어지고, 호두는 30%에서 25%로 낮아진다. 이종렬 이마트 견과류 바이어는 “아몬드와 피스타치오는 원물로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한다”며 “환율과 인건비를 감안해 가격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15일 0시 발효] 1만원짜리 와인·체리·건포도 값 2000원 이상 내린다

◆제3국서 만드는 의류는 예외

화장품과 가방은 관세 8%, 의류는 13%가 즉시 없어진다. 하지만 코치(가방) 캘빈클라인(청바지) 뉴발란스(신발) 키엘(화장품) 등 국내에서 잘 팔리는 미국 브랜드 가격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부분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탓이다. 코치와 갭 등을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미국 브랜드이지만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제조된다”며 “관세 철폐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와 맥주 치즈 등은 7~15년에 걸쳐 관세가 단계적으로 떨어져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고기는 관세가 1년에 2.7%포인트씩 내려가는 데다 최근 중국 수요 증가와 미국 현지 공급량 감소로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드 승용차 2~3% 인하

미국산 승용차는 관세가 8%에서 4%로 내리고 2016년에는 0%가 된다. 또 제조국과 상관없이 배기량 2000cc 초과 승용차의 개별소비세는 10%에서 연차적으로 인하돼 2015년부터는 5%로 내려간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작년 말부터 이미 관세인하분을 반영해 가격을 내렸다. 포드는 지난해 말 토러스 퓨전 이스케이프의 가격을 200만~600만원 인하했고, 크라이슬러도 지프 브랜드 2012년형 가격을 2~3% 내렸다.

GM코리아도 지난달 23일 모든 차종의 가격을 100만~400만원 인하했다. 독일과 일본 수입업체도 개별소비세율 인하를 반영해 가격을 내리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2일 페이톤과 투아렉의 가격을 각각 300만원과 230만원 인하했고, 한국닛산도 지난 7일 닛산과 인피니티 전 차종의 가격을 50만~220만원 내렸다.

송태형/서욱진/전예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