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단 vs 태자당·상하이방 권력 암투 본격화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의 낙마는 중국 최고위층 내에서 권력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보 서기는 최고 권력집단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유력한 후보였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와 대립하는 태자당(혁명 원로의 자제 집단)과 상하이방(장쩌민 전 국가주석파)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그가 전격 해임됨에 따라 연말로 예정된 정치국 상무위원 교체에서 후 주석파가 유리한 구도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자당과 상하이방이 반격에 나설 경우 중국 최고 권부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싸움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기관 잡기 위한 포석

후 주석의 측근인 리위안차오 공산당 조직부장은 15일 충칭에서 고위간부 회의를 소집해 충칭시 서기 교체 사실을 통보했다. 전날 원자바오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충칭시는 반성해야 한다”며 보 서기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 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보이보(薄一波) 국무원 부총리의 아들인 보 서기는 2007년 충칭시 서기를 맡은 이후 △폭력조직 소탕 △홍가(공산당 가요) 부르기 등을 통한 공산주의 의식 고취 △공동부유론 제시 등 ‘충칭식 모델’을 선보여 중국 좌파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면 중앙정법위 서기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이 자리는 검찰과 경찰 등 공안조직을 아우르는 요직이다. 상하이방이 이 자리를 차지하면 공청단파를 견제할 수 있었다. 공청단 등이 보 서기를 견제하기 위해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의 비리 혐의를 캐기 시작했으며 결국 보 서기를 낙마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게 베이징 정가의 분석이다.

보 서기의 후임인 장더장(張德江) 국무원 부총리는 옌볜대 조선어학과를 졸업하고 김일성대학에 유학한 북한통 정치인이다. 상하이방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후진타오와 가까워지면서 ‘정치적 전향’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보도 통제 속 갑론을박

인터넷에서는 보 서기의 해임을 둘러싸고 좌우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공산당 선전부는 전날 원 총리의 정치개혁 주장과 보 서기 비난 등에 대한 언론 보도를 모두 통제했다. 그러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서는 논쟁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올해 양회는 화약 냄새가 가득했다”며 “보시라이는 권력 투쟁의 희생양”이라고 썼다.

정치학자인 천즈밍은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보 서기 대신 새로운 인물이 상무위원에 진입할 수밖에 없어 정치적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은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차기 지도부는 공청단 3~4명 대 상하이방·태자당 5~6명으로 구성돼 공청단파가 소수파로 밀릴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공청단이 지분을 늘리기 위해 정치적 공격을 감행했다는 설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미국에 서버를 둔 보쉰닷컴은 “후 주석과 원 총리는 올해 양회에서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 3개 직할시 대표단을 방문했지만 같은 직할시인 보시라이의 충칭 대표단만은 찾지 않았다”며 “보 서기 해임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공청단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의 지도자들을 일컫는 말. 좌파적 성향이 강하다.

■ 상하이방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주축으로 한 상하이 출신의 권력자들을 말한다. 개혁개방을 선도한 집단이며 성장 우선주의 노선을 걷는다.

■ 태자당

중국 당·정·군·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를 일컫는 말. 이념적으로 상하이방과 가깝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