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와인업체들이 중국 현지에서 경쟁적으로 와인 생산에 나서고 있다. 와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로쉴드 가문이나 모에헤네시 같은 유명 업자들이 중국에서 직접 포도밭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18일 “유럽의 유명 와인업체들이 중국 현지 와인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9년 중국 동부 산둥성 펑라이(蓬萊)에 포도밭을 조성한 프랑스 와인업체 도멘바롱드로쉴드(DBR)는 지난해까지 시험용으로 12헥타르(㏊)에서만 포도를 재배했지만 내년에는 경작 면적을 13㏊ 추가한다. 보르도 5대 와인 중 하나인 샤토라피트를 생산하는 DBR은 장기적으로 포도 농장 규모를 50㏊까지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르도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포도나무를 대량으로 옮겨 심고 있다.

제라르 콜랭 DBR 중국생산공장 사장은 “(첫 포도 수확물을 7년간 숙성한 후) 2016년부터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연간으로 12병들이 상자 1만개 분량의 와인을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샴페인업체로 유명한 프랑스 모에헤네시 역시 닝샤 지역에서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 토레스도 베이징 인근 지역에서 포도 재배를 시작했다.

외국 와인업체들이 첫 제품 출시까지 최소 7년이 걸리는 데다 20년 단위로 중국 내 토지를 임차해 써야 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은 중국이 세계적인 와인 소비대국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5위 와인 소비국이자 6위 와인 생산국이지만 고급 와인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샤토마고 생산량의 3분의 1, 샤토라피트의 10%를 각각 소비한다.

콜랭 사장은 “중국인들이 한 잔씩만 와인을 더 마셔도 스웨덴의 연간 소비량보다 많은 2억1000만ℓ의 와인이 소비된다”며 “중국 내에서 생산한 와인은 수입품과 중국 현지업체의 중간 정도 가격에 공급해 중고가 와인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