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 '프리미엄 드라이브'…"中ㆍ인도서도 저가경쟁 않겠다"
삼성 TV '프리미엄 드라이브'…"中ㆍ인도서도 저가경쟁 않겠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사진). 그는 글로벌 시장 1등인 삼성의 TV 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17일 아침부터 태국 방콕의 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지역 법인장과 주재원 등 100여명을 모아놓고 10시간 동안 전략회의를 가졌다. 점심은 현장에서 샌드위치로 때웠다. 그는 이 회의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더 강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방콕 컨벤션센터의 삼성포럼(신제품 발표회) 행사장에서 만난 김 부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경쟁사와 초격차를 만들겠다”며 “중국과 인도에서도 LCD(액정표시장치) 대신 LED(발광다이오드) TV만 팔겠다”고 말했다. “(저가 경쟁으로) 지금 당장 몇 대 더 파는 것보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6년째 세계 TV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선 일찌감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은 약간 다르다. 인도 등에선 1960년대부터 시장에 진출한 소니 등 일본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다. 중국에선 하이센스, TCL 등 현지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는 2위와의 격차가 매출 기준으로 10%포인트가 넘지만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선 5% 남짓에 불과하다. ‘초격차’라 부르기 힘들다. 중국 점유율은 3.5%로 9위에 그친다.

김 부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프리미엄 전략으로 정면 돌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LCD TV 생산과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김 부사장은 “중국에서도 저가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LED TV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높임으로써 차차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운관 TV를 내년 초까지 과감히 정리하고 LED에 집중할 방침이다. LED TV로 시장을 선도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프리미엄 전략을 이끌 대표주자는 스마트TV ‘ES8000’이다. 김 부사장은 “누가 품질이 조금 더 나은가보다는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차별적인 기능이 있을때 차이가 크게 난다”며 “올해 경쟁사가 갖지 못한 스마트 인터랙션(동작과 음성으로 조종하는 기능), 에볼루션 키트(키트를 바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기능) 등을 갖춘 스마트 TV로 격차를 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삼성이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를 벌린 것은 2009년 LED TV, 2010년 3D TV 등의 제품을 선도적으로 내놨을 때라고 전했다.

김 부사장은 “1분기 TV 판매가 예상보다 좋다”며 “올해 목표인 5000만대를 판매하려면 지난해보다 14% 성장해야 하는데 속도를 충분히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축구 국가대항전인 5월 유로컵과 8월 런던올림픽 등을 앞두고 TV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그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대해선 “올해 출시가 목표지만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한 만큼 아직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가 TV나 구글 TV 출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부사장은 한양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전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인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총괄 사장과 20년 가까이 함께 일하며 삼성 TV를 세계 1위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방콕=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