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올레 2기' 스타트…"통신 넘어 콘텐츠·미디어로 간다"
“통신망 위에서 다양한 ‘가상 재화(virtual goods)’를 유통하는 신사업을 육성해 KT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

이석채 회장은 19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올레경영 2기’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년간의 경영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장에 연임된 뒤 처음 공개석상에 나선 이 회장은 ‘글로벌 미디어 유통업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 내내 ‘가상 재화’라는 화두를 언급했다. 가상 재화란 음악 동영상 전자책 정보기술(IT)솔루션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그는 “디지털 기기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실체가 있는 재화(physical goods)’에서 ‘가상 재화’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규 투자 20% 이상 늘린다”

이 회장의 올레경영 2기 전략은 미디어 유통사로의 체질 변화, 글로벌 진출, 이를 위한 공격적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가상재화 유통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장은 “통신 분야는 여전히 KT가 최고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래의 IT를 리드할 수 없다”며 클라우드 플랫폼 미디어 콘텐츠 IT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 등 7개 영역을 신성장 사업군으로 제시했다. KT의 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7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신사업 관련 인력을 전체의 15% 선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계획도 공격적으로 잡았다. 그는 “올해 신규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적어도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최근 사내에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은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 투자 재원을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단말기 너무 비싸다”

KT를 둘러싼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서비스가 시작된 차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에 대해 “4월 말 정도면 전국망 구축이 완료될 것”이라며 “이후에 벌어질 네트워크 속도 경쟁에서 충분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T는 LTE 서비스가 늦어지면서 LTE 신규 가입자 숫자에서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 훨씬 뒤처져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 스마트 TV 접속 제한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해 만든 네트워크를 일부 이용자들이 독점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누구나 골고루 돈을 내면서 공평하게 이용하는 게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통신요금 인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휴대폰 제조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통신비가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단말기 가격 때문”이라며 “국내 제조사들이 휴대폰 가격을 해외보다 국내에서 훨씬 비싸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통신 3사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회장은 “요금 통지서를 보면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돼 있는데 이 비중이 계속 올라가는 바람에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원기/조귀동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