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가볍고 엉키지 않는 '형상기억毛'로 '가발=하이모' 인식 심어줬죠"
“요즘 개인 가발 대리점에 가서 ‘하이모를 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답니다. ‘가발=하이모’라는 공식을 만든 건 연구·개발(R&D)과 고객에 대한 철저한 배려죠.”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은 가발전문업체 하이모의 홍인표 회장(사진)은 “남성 가발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여성 가발 시장을 새롭게 공략해 ‘가발 종합 브랜드’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모는 1987년 가발을 수출하는 우민무역으로 출발한 가발 제조회사다. 음지에 있던 국내 가발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가발은 의복, 합판에 이어 단일품목으로는 세 번째로 많이 수출되는 제품이었지만 기술에서는 일본이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다.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일본 업체들의 하청을 받아 가발을 만들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인건비가 높아지고 일본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가발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본 홍 회장은 1999년 ‘하이모’로 회사 상호를 바꾸고, 일본 가발 기술을 따라잡을 만한 고부가가치 기술개발과 함께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그 첫 번째 노력은 R&D 강화다. 홍 회장은 “서울 대전 중국에 업계 최대 규모의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원사, 가발용 접착제 등 자재뿐만이 아니라 가발 제작 시스템까지 연구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3D 스캐너 시스템’ ‘버추얼헤어 시스템’ 등은 이렇게 탄생한 하이모만의 기술이다. 3D 입체기술과 가상 영상기술을 이용해 머리에 꼭맞는 맞춤형 가발을 만들 수 있고 가발을 착용한 모습도 미리 볼 수 있다. ‘가발왕국’이라고 불리던 일본보다 앞선 기술이라는 것이 하이모 측의 설명이다.

‘넥사트모(형상기억모)’ 역시 하이모의 연구센터에서 독자기술로 개발한 제품이다. 내열성이 강하고 빛 반사가 적어 인모와 거의 흡사하면서도 인모의 단점을 극복한 기능성 모발이다. 무게가 가벼워 볼륨감이 잘 살고 엉킴현상도 적을 뿐 아니라 수분 함유가 낮아 관리가 쉽다는 설명이다. 홍 회장은 “‘가발은 인모가 최고’라는 고정관념을 깬 제품”이라며 “기존 인모 제품에서 불편함을 느끼던 고객들도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함께] "가볍고 엉키지 않는 '형상기억毛'로 '가발=하이모' 인식 심어줬죠"
철저한 고객관리도 브랜드 가치에 일조하고 있다. 가발 사용이 과거보다 보편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발 착용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콤플렉스를 가지는 고객들이 많다. 이 때문에 하이모의 각 지점은 독립적인 공간 구조로 설계해 대기실부터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만들었다. 가발 관리를 받는 관리실은 1인 프라이빗룸으로 만들어 담당 헤어스타일리스트 외에는 고객이 가발을 벗은 모습을 볼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모 관계자는 “고객이 가발 관리를 위해 방문했을 때 가발 관리 외에 다른 두발 케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더욱 호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모는 최근 여성 가발 전문 브랜드인 ‘하이모레이디’를 새로 론칭하고 올해부터 여성 가발 시장을 본격 공략해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압구정 등 3곳에 레이디 단독 매장을 내고 기존 매장에서도 따로 여성 전용부스를 마련했다. 홍 회장은 “가발이 탈모를 감추기 위한 부끄러운 도구가 아니라 이미지 변신을 위한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발=하이모’라는 공식을 각인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