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초기에는 상당히 우측으로 갔지만 1년 뒤부터 좌측으로 가더니 지금은 더 ‘좌(左)클릭’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은 21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정동에서 주최한 토론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를 말한다’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권 실장은 “새누리당이 왜 추락했는지 원인을 규명하려고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이는 새누리당의 오판이었다”며 “정부 출범 초기에는 ‘전봇대’로 상징되던 규제를 완하하는 듯 싶었지만 결국 이상한 방향으로 가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당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새누리당만 좌클릭해 버렸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상생과 공생을 얘기하면서 바뀌었는데 여기에 국민적 실망이 겹쳤고 비대위가 이같은 전반적인 상황을 잘못 판단, 출발선을 잘못 정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황영철 새누리당 대변인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반대했던 사람 아니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넣었고, 이준석·이상돈 비상대책위원 모두 보수적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아니다”며 “잘못된 출발선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갔다”고 성토했다.

또 “‘FTA 논란’이 나올까 두려워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공천하니 마니 하지 않았느냐”며 “비대위가 좌측으로 간 결과는 총선과 대선에서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도 “비대위는 총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보수의 패배를 초래했다”며 “선거를 해 볼 필요도 없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총선에서 170석을 얻더라도 민주통합당이 가는 길을 답습하고 있는 만큼 이미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진보의 의식, 좌파의 의식을 새누리당이 나눠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인터넷문화협회장은 “전여옥·나경원·진성호·신지호·조전혁 의원 등 ‘전사’로 불리는 의원들이 낙천했다”며 “개별 의원의 낙선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어느 누가 야전의 거친 들판에 나가겠느냐”고 강조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