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단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소통, 공유, 협력을 시각화한 ‘소셜아트(social art)’가 등장했다. 소셜아트는 미술가들이 자신의 작업과 아이디어를 온·오프라인 관람객과 나누며 소통과 양방향 창작을 시도하는 새로운 미술 장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SNS는 예술가들의 작업이나 소통방식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새로운 예술의 형식실험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소셜아트 작품을 모은 전시회가 열리고, 참여 작가도 늘고 있다. 사비나미술관이 국내 처음으로 기획한 ‘소셜아트@예술-소통방식의 변화’전(27일까지)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 네트워크 도구를 활용한 회화, 사진, 설치, 영상작품 30여점이 나와 있다.

30대 작가 김진, 김현주, 난다, 전지윤, 유비호, 이준 씨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터넷 생중계 등 컴퓨터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내놓았다. 양진우 최문석 씨는 네트워크의 ‘상호 소통’ 개념을 활용, 관람객이 창작에 참여한 작품을 출품했다. 디지털시대 첨단 기기를 활용한 작품들이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자극한다.

전지윤 씨의 인터랙티브 작업 ‘웃는 얼굴에 침을 뱉어라’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소셜아트다. 대형 아이패드에 한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관람객이 터치하자 금방 남자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로 바뀐다. 예술가와 관람객이 더 이상 ‘창작자’와 ‘감상자’가 아니라 ‘우리’로 소통하는 방식을 시각예술로 보여준 것이다.

김진 씨의 ‘천일야화’ 프로젝트는 웹에서 각자의 의견을 댓글로 공유하는 형식을 차용한 작품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참여자를 모집한 뒤 작가가 제시한 텍스트(천일야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해석을 회화, 설치 등 오브제로 시각화했다. 김씨는 “전달하고자 하는 의견이나 이슈를 받아들이는 개인은 서로 다른 해석과 이해의 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결과물로 제시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유비호 씨는 설치 작품 ‘동풍(東風) 혹은 두 개의 마음’을 선보였다. 뉴타운의 알박이 땅, 전쟁기념관, 아파트 단지 위의 군부대 등을 영상 퍼포먼스 형식으로 기록하고, 이를 인터넷방송으로 중계한다. SNS를 활용해 불특정다수의 기념일과 사연을 찍어 만든 난다의 작품도 흥미롭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은 “최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SNS 이용자 수는 10억명을 넘어섰다”며 “소셜 네트워크는 사회의 소통문화뿐만 아니라 시각예술의 형태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02)736-437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