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KNOC·사장 강영원)가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2008년 6월 석유공사의 보유 매장량은 5억4000만배럴, 생산량은 5만배럴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매장량은 약 13억2000만배럴, 생산량은 약 21만9000배럴이다. 생산량의 경우 3년 사이에 4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석유공사의 이 같은 성장은 활발한 해외시장 진출 전략 덕분이다. 2009년 이후 대형 인수ㆍ합병(M&A) 및 지분인수 7건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 석유공사는 실제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24개국에서 209개 해외 석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탐사사업이 142개이고, 생산·개발 사업이 각각 55개, 12곳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이를 바탕으로 2008년부터 추진해온 중장기 전략 목표인 ‘GREAT KNOC 3020’을 달성할 계획이다.

공사가 올해 달성해야 할 목표는 △하루 생산 30만배럴 △보유 매장량 20억배럴 △자원자주개발률 20%다. 해외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세계 메이저급 석유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대형 M&A로 세계화

석유공사가 세계 시장에서 대형 M&A 및 지분인수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2007년 4.2%에서 2009년 9%로 2년 만에 2배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성장의 변곡점이 된 것은 2010년 영국의 다나(Dana) 인수였다.

다나는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집트를 비롯해 기니, 세네갈, 모로코 등 36곳에 개발·생산·탐사용 석유 광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다나사가 보유한 광구의 총원유매장량은 약 2억4400만배럴로 일일 생산량은 4만8000배럴에 달한다.

인수금액은 지분 100% 기준 18억700만파운드(3조4400억원) 규모로 공기업 해외 적대적 M&A의 첫 사례였다. 앞서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비스트 에너지를 4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또 다른 초대형 M&A를 체결했다. 두 건 모두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로 1, 2위다. 이처럼 두 건의 굵직한 M&A로 석유공사는 9%인 국가 석유 자주개발률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석유공사는 올해 탐사성공률 향상을 통한 매장량 확대와 피인수기업에 대한 인수 후 통합작업(PMI)의 성공적 완결을 통해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도약할 청사진을 세우고 있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올해 탐사성공률 향상과 피인수기업에 대한 통합작업 성공을 통해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오일샌드 GTL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대체원유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진출해 2020년까지 하루 생산 67만배럴 수준의 세계 40위권 석유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개발사업에도 활발히 진출

석유공사는 M&A가 아닌 직접적인 개발사업으로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특히 2011년 초 아랍에미리트와 10억배럴 규모의 생산유전 참여를 논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는 것은 70년 넘게 미국·영국 등 소수의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지배해온 ‘석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석유공사는 이 계약으로 5억7000만배럴 규모의 3개 광구에 참여하게 됐다.

이보다 앞선 2010년 4월에는 베트남 15-1광구 흑사자 북동부 구조에서 하루 2만2000배럴의 추가 생산을 개시했다. 이는 흑사자 남서부 및 금사자 유전에 이은 15-1광구의 세 번째 성과로, 약 2년2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예정보다 2개월을 앞당긴 것이다. 북동부 구조는 앞으로 하루 최대 2만8000배럴까지 생산하게 된다.

2005년부터 탐사사업에 참여해온 카자흐스탄 아다광구는 석유공사가 직접 운영(지분 40%)하는 최초의 육상광구로 국내 기업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탐사 단계부터 참여해 개발에 성공한 첫 사례다. 올해부터는 하루 7500배럴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