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탕정사업장 LCD 장비 쑤저우 이전 없어…신규 투자만 진행
업계, LCD 시황 반등 불확실한 상태서 무리한 투자 위험 지적

지지부진하던 삼성전자의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 건설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쑤저우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LCD 라인을 7.5세대에서 8세대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 내년 말께 라인 건설이 완료될 전망이다.

장원기 중국 삼성 사장은 4일 수요사장단회의 참석 차 서초사옥을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달 중국 정부로부터 쑤저우 라인 세대변경에 대한 비준을 받았다" 며 "이르면 내년 말께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 변경에 대한 최종 행정절차가 남아있지만 수일 내 끝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쑤저우 LCD 생산라인을 당초 계획했던 7.5세대에서 8세대로 변경할 수 있도록 지식경제부와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

2009년 말 산업기술보호위원회로부터 중국 7.5세대 라인건설을 승인받았지만 당초 계획보다 공사가 늦어지면서 중국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8세대 라인 변경을 추진한 것이다. 지경부는 세대 변경을 곧바로 승인했지만 중국 정부는 반년 넘게 이를 미뤄왔다.

이번 세대 변경에 따라 삼성전자가 초기 계획했던 투자금액과 생산량도 일정 부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7.5세대 기공식 당시 밝힌 바에 따르면 총 30억 달러를 투자해 원판 유리 기준 월 10만 매를 투입할 수 있는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대가 변경되면 설비도 바뀌기 때문에 투자비, 생산량 등도 변경될 여지가 있다" 며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7.5세대에서 8세대로 갈 경우 투자비가 20~30%, 생산 규모는 1.5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LCD 시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투자비나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리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충남 탕정사업장의 8세대 LCD 생산라인 장비를 중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탕정사업장의 장비를 쑤저우로 이전할 경우 생산라인 구축에 들어가는 투자비를 절반 가량 줄일 수 있다. 탕정 라인은 대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대량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LCD는 이미 만성 공급 과잉 상태여서 시황이 쉽게 반등하지 않을 것" 이라며 "현상 유지만을 해야 하는 손해를 보지 않는 상황에서 LCD에 대한 추가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삼성전자 내 LCD 사업부로 있을 때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로 독립돼 나간 지금은 섣불리 공격 투자에 나서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그러나 "탕정사업장 설비를 쑤저우로 옮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 며 "중국 생산라인은 신규 투자만 진행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쑤저우 생산라인을 완공, 양산에 들어갈 시점이 되면 LCD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중국 광저우에 LCD 공장 설립를 위한 투자를 한다는 기본 방침만 세웠을 뿐 투자 규모나 착공, 완공시기 등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LCD 시황이 아직 불안하기 때문에 서둘러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