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영업력이다. 고도화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해외시장 판로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 현지 지사를 10년 만에 개설한 데 이어 올해는 베트남에도 지사를 설립했다. 글로벌 정유회사인 쉘과 윤활기유 합작법인을 출범하며 쉘의 해외영업망 활용에도 적극 나선다.

◆현대쉘베이스오일 출범

현대오일뱅크와 셸이 6 대 4 비율로 출자한 윤활기유 합작법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이 4일 출범했다. 이 합작법인의 윤활기유 공장은 충남 서산시의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3만3000㎡(1만평) 부지에 들어선다. 오는 9월 사업계획을 확정짓고 10월 착공해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생산 규모는 하루 2만배럴이다.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윤활기유 사업이 없었던 현대오일뱅크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높은 마진 때문이다. 윤활기유를 만드는 원료는 값싼 벙커C유를 휘발유와 경유로 만드는 고도화 공정에서 나온다. 여기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해 자동차나 선박에 쓰이는 산업용 윤활유 제품을 만든다. 지난해 SK루브리컨츠,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은 윤활기유 부문에서만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윤활기유는 수출 효자 산업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생산 제품은 향후 쉘의 유통망을 통해 최대 소비국인 중국 등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될 것”이라며 “윤활기유 합작법인 설립은 현대오일뱅크가 종합에너지회사로 도약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호주·인도네시아 지사 검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0년간 외국계 기업이 경영하면서 고도화 설비 투자가 지연됐고, 수출 경쟁력에서도 상대적으로 밀려왔다. 그러나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이후 신사업을 위한 투자와 함께 수출에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상하이와 두바이에 지사를 신설했다. 올 들어서는 베트남 지사를 추가 설립했고, 상하이 지사는 법인으로 승격시켰다. 2015년까지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에 추가로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20년까지 해외 지사를 10여개로 확충하고 해외 주재원도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 등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며 수출시장에 대한 장기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교육 강화

현대오일뱅크는 해외 지사망 확충과 함께 직원들의 인적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올 들어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사업개발팀을 신설했고 해외 인재 양성을 위한 ‘글로벌 리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과장급 젊은 직원들이 연간 세 차례 해외에서 교육을 받는다. 어학 연수와 함께 해외지사 업무를 통한 글로벌 감각을 익히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3월 시작해 지금까지 총 15명 이상이 참가했다.

권 사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직원들에게 “우수 인력을 해외 영업 현장에 지속적으로 배치하고 글로벌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며 “보다 많은 인재들이 해외 현지 교육을 통해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글로벌 리더 선발 인원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더 늘리겠다”고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