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 숨겨진 퇴폐와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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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첫 개인전 갖는 美 아티스트 폴 매카시
국제갤러리 30주년 초대전…난쟁이 조각 9점 전시
국제갤러리 30주년 초대전…난쟁이 조각 9점 전시
동화책이나 장난감, 유명 정치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상업화된 현대사회의 이면을 건드리는 미국 아티스트 폴 매카시(68).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백설공주는 역사이고, 이 역사의 일부는 자화상이다. 당신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물수록 현재와 과거는 더 많이 뒤바뀐다.”
5일 개막해 내달 12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전시장에서 펼치는 ‘폴 매카시-아홉 난쟁이’전은 40여년에 걸친 실험정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태어난 그는 비디오 아트와 퍼포먼스,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아메리칸 드림’의 강박적 통념, 대중 문화와 소비 사회의 폭력성을 시각예술로 고발해왔다.
서울을 처음 찾은 그는 “제 작업은 로스앤젤레스(LA)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 미국의 경제적 부흥기에 유년기를 보냈어요. TV에서 방영하는 어린이용 만화영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선과 악, 미와 추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가상 현실을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었죠.”
그의 작품은 미국 사회의 물질적 풍요에 은닉된 퇴폐와 금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대와 성폭력, 성도착 행위를 케첩, 마요네즈, 초콜릿, 소시지, 남근, 여성 신체 이미지와 접목하면서 그는 금기에 잇달아 도전한다. 또 대중문화에 대한 고정관념, 폭력과 성적 욕망, 비인습적 성 정체성의 모호함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그는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을 규제하는 교육 제도와 사회적 관습에 저항하는 인간의 두려움, 분노, 역겨움과 호기심 등을 반추하는 게 작업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앨런 캐프로의 해프닝 예술, 플럭서스 운동을 접하며 ‘행위로서의 회화와 조각’도 탐구했다. 1970년대 작품 ‘얼굴 페인팅-바닥, 하얀선’은 엎드린 자신의 몸을 붓처럼 사용하며 흰 페인트 통을 앞에 엎질러놓고 바닥을 천천히 기어가는 행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1992년 LA 현대미술관 그룹전 ‘헬터 스켈터’전에 내보인 설치작 ‘정원’은 TV 서부극 ‘보난자’에 사용된 세트와 하의를 벗은 두 남자를 결합한 작품으로 두려움에 사로잡힌 남성의 성 정체성을 보여줬다.
2003년작 ‘지하 벙커’는 조지 부시로 분한 작가가 엘리자베스 여왕,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흥청거리며 성적인 행위를 지속하는 설치 및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 유명 정치인들의 비도덕적인 태도를 어린아이와 같은 원초적인 본능으로 묘사해 화제를 모았다. 실천적인 행위예술도 회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실험 미학은 ‘미술계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와 루치안 프로이트, 제이슨 로즈, 신디 셔먼, 조나단 메세, 채프먼 형제, 길버트 앤 조지 등에게 영향을 줬다.
국제갤러리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새로 만든 제3전시장에서는 알루미늄 조각 한 점과 실리콘으로 제작된 그의 근작 ‘백설공주’ 시리즈 9점을 함께 만날 수 있다. (02)3210-986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백설공주는 역사이고, 이 역사의 일부는 자화상이다. 당신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물수록 현재와 과거는 더 많이 뒤바뀐다.”
5일 개막해 내달 12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전시장에서 펼치는 ‘폴 매카시-아홉 난쟁이’전은 40여년에 걸친 실험정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태어난 그는 비디오 아트와 퍼포먼스,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아메리칸 드림’의 강박적 통념, 대중 문화와 소비 사회의 폭력성을 시각예술로 고발해왔다.
서울을 처음 찾은 그는 “제 작업은 로스앤젤레스(LA)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 미국의 경제적 부흥기에 유년기를 보냈어요. TV에서 방영하는 어린이용 만화영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선과 악, 미와 추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가상 현실을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었죠.”
그의 작품은 미국 사회의 물질적 풍요에 은닉된 퇴폐와 금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학대와 성폭력, 성도착 행위를 케첩, 마요네즈, 초콜릿, 소시지, 남근, 여성 신체 이미지와 접목하면서 그는 금기에 잇달아 도전한다. 또 대중문화에 대한 고정관념, 폭력과 성적 욕망, 비인습적 성 정체성의 모호함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그는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을 규제하는 교육 제도와 사회적 관습에 저항하는 인간의 두려움, 분노, 역겨움과 호기심 등을 반추하는 게 작업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앨런 캐프로의 해프닝 예술, 플럭서스 운동을 접하며 ‘행위로서의 회화와 조각’도 탐구했다. 1970년대 작품 ‘얼굴 페인팅-바닥, 하얀선’은 엎드린 자신의 몸을 붓처럼 사용하며 흰 페인트 통을 앞에 엎질러놓고 바닥을 천천히 기어가는 행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1992년 LA 현대미술관 그룹전 ‘헬터 스켈터’전에 내보인 설치작 ‘정원’은 TV 서부극 ‘보난자’에 사용된 세트와 하의를 벗은 두 남자를 결합한 작품으로 두려움에 사로잡힌 남성의 성 정체성을 보여줬다.
2003년작 ‘지하 벙커’는 조지 부시로 분한 작가가 엘리자베스 여왕,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흥청거리며 성적인 행위를 지속하는 설치 및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 유명 정치인들의 비도덕적인 태도를 어린아이와 같은 원초적인 본능으로 묘사해 화제를 모았다. 실천적인 행위예술도 회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실험 미학은 ‘미술계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와 루치안 프로이트, 제이슨 로즈, 신디 셔먼, 조나단 메세, 채프먼 형제, 길버트 앤 조지 등에게 영향을 줬다.
국제갤러리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새로 만든 제3전시장에서는 알루미늄 조각 한 점과 실리콘으로 제작된 그의 근작 ‘백설공주’ 시리즈 9점을 함께 만날 수 있다. (02)3210-986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