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태양광…유럽 '보조금 삭감' 태풍
유럽 국가들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한 보조금 삭감에 나섰다.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소재의 가격 하락과 함께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마저 악화하면서 태양광 산업이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발(發) 보조금 삭감 ‘역풍’에 국내 기업들은 거래선 다변화와 원가절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유럽 태양광 보조금 잇단 삭감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독일 의회가 지난 1일 태양광 발전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29%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독일 정부는 보조금 지급으로 태양광 산업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전기료 상승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독일의 태양광 패널 수입이 매년 5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영국, 프랑스 등도 보조금 삭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태양광 업체 솔라프로예크트의 안드레아스 담 사장은 “독일 태양광 업계는 의회 결정이 있기 전부터 영향을 받고 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독일 태양광 산업 발전의 근간을 뒤흔드는 처사”라고 말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독일 업체들은 이미 긴축에 들어갔다. 독일 최대 태양광 업체 큐셀은 지난해 1000명을 감원했다. 큐셀은 지난해 7억유로의 적자를 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수출국인 중국과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비상이 걸렸다. 왕 란팡 솔라프로예크트 중국 지사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중국의 중소 태양광 업체들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던 솔라 트러스트 오브 아메리카는 최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최대 주주인 독일 솔라 밀레니엄이 보조금 삭감으로 경영난에 빠져 자금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도 ‘역풍’ 우려

태양광 산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 중 LG화학, SK케미칼 등은 이미 투자를 잠정 보류했다. OCI, 한국실리콘, 웅진폴리실리콘 등 기존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들은 유럽의 정책 변화뿐 아니라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으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태양광 가격정보사이트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4일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25.75달러로 전주보다 2.09%(0.55달러) 하락했다. 지난해 최저치였던 28.6달러 기록을 깬 후 4주 연속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9월 초엔 50달러대 수준이었다. 폴리실리콘뿐만 아니라 웨이퍼, 모듈, 셀 등 부품 소재의 가격 하락세도 이어져 중소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OCI 관계자는 “유럽의 보조금 삭감은 이미 예견된 일로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하고 있다”며 “고순도 제품 제조기술을 갖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장기 계약으로 공급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선두이자 세계 3대 폴리실리콘 생산 기업인 OCI는 4만2000까지 생산 능력을 늘렸다.

한화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은 원래 계획대로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1조원을 투입해 연산 1만 규모의 폴리실리콘 여수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울산에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해 2013년 상반기부터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계획이다.

윤정현/정성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