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북카페가 아닙니다. 출판사와 독자들의 소통 공간이자 사라져가는 서점의 대안도 될 수 있을 겁니다.”

출판사가 운영하거나 출자한 북카페들이 홍익대 인근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10년 8월 후마니타스가 만든 ‘후마니타스 책다방’과 지난해 3월 개관한 문학동네의 ‘카페꼼마’는 이미 명소로 자리잡았다. 최근엔 문학과지성사, 창비, 자음과모음이 카페를 열었다. 1년 반 만에 다섯 곳이 생기고 두 곳은 올 들어 개점한 것.

이들 공간은 단순히 책을 갖다 놓은 기존 북카페와 다르다. 서점이 줄어들고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출판사들이 ‘서점 이후’를 고민한 끝에 내놓은 대안이다.

카페꼼마도 이런 연유로 탄생했다. 책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서점을 찾아 책을 사는 전통적인 구매 행위가 사라져가자 출판사들이 스스로 책과 숨쉬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장으뜸 카페꼼마 대표는 “사람들을 책과 친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도서 유통의 시작”이라며 “본격적인 서점 기능까지 갖추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일단은 여기서 독자들이 책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에 오는 손님 중 3분의 2가 책을 꺼내보고 그중 절반이 책을 숙독한다”고 했다.

자음과모음도 합정역 인근에 지은 새 사옥 1층에 한 달 전 카페를 열었다. 서점을 통하지 않고도 카페에서 책을 접하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사옥 설계 때부터 계획했다. 온·오프라인 서점 위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자음과모음 홍보팀의 전소연 씨는 “기존의 책 유통 구조에서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책이 선택되기 때문에 독자들과 진정성 있는 스킨십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소통하면 새로운 진성독자도 많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출판사와 저자, 독자들이 함께 담론을 형성하는 ‘살롱’으로 이 공간을 키울 계획이다.

이보다 먼저 생긴 후마니타스 책다방은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아예 출판사 사무실을 카페로 만들었다. 카페와 편집부의 경계는 얇은 유리문 하나뿐이다. 카페 안에는 ‘얼마의 이익을 냈고 이 돈으로 쫑파티를 할 계획’이라는 회계결산자료가 붙어 있기도 하고 제작 중인 책의 제목을 공모한다는 게시물이 걸려 있기도 하다. 서점을 통하지 않고도 출판사와 독자가 밀접하게 소통하는 장소인 것이다.

이들 카페는 수익을 내면서 외연도 넓혀가고 있다. 첫달부터 수익을 올린 카페꼼마는 230여㎡ 규모의 복층 공간에서 월 1000만~2000만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평일에도 500명 이상이 찾는다. 후마니타스 책다방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 카페는 평균 수명이 6개월 정도인 홍대 상권에서 1년 넘게 장수하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음과모음 카페도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카페꼼마와 자음과모음은 카페의 프랜차이즈도 구상하고 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것도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