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려던 정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진입비용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정부의 예산 집행 계획이 불분명한 점을 들어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탓이다. 북한이 독자기술로 장거리로켓(광명성 3호) 발사에 나섰지만, 국내 항공우주정책은 방향타를 잡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는 평가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북한에 비해 발사체 기술이 10년 정도 뒤져 있다”고 말했다.

1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형발사체사업단이 로켓 엔진 종합체계 구축과 관련, 국내 기업의 투자의사를 타진한 결과 단 한 곳도 투자의사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21년까지 추진하는 정부의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의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작년 말 제1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하면서 △우주핵심기술 조기 자립화 △위성정보 활용 체제 구축 △민간참여 확대 등을 통한 우주산업 역량 강화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정했는데, 주요 축의 하나인 민간참여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공우주연구원 중심에서 산업계 주도로 전환, 우주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지금까지 발사체 조립에 협력자로 참여하던 기업들을 초기 자본투자와 발사체 설계 등 핵심 분야에까지 적극 참여시킨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청사진과 달리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5년에 한 번 정도 로켓을 쏘는 한국의 우주시장 규모로는 투자 검토 자체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2021년까지 1조5449억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그림을 그렸지만 세부적으로 돈이 언제 집행되는지 불투명한 것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1년에 3개 정도의 발사체를 쏘는 일본 수준은 돼야 우주 분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군다나 정부가 연간 단위 투자 집행 금액이나 시기조차 공표하지 않고 있어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엔진 설계 및 조립업체 선정 등 발사체 사업이 줄줄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연연구원 관계자는 “5년에 한 번 정도 발사체를 쏘는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민간업체 투자 유도 계획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민간기업 참여는 핵심 기술 확보, 기술이전 촉진 등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며 “기업들도 국가경쟁력 강화, 미래 신기술 확보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발사체

운반 로켓이라고도 부르며 위성 등을 지구 표면으로부터 우주 공간으로 옮기는 데 사용되는 로켓을 말한다.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쏘아올릴 수 있다. 300t급 추력을 확보하기 위해 75t급 기본엔진 4기를 묶은 1단 로켓, 75t급 엔진 1기를 활용한 2단 로켓, 5~10t의 액체 엔진을 활용한 3단 로켓으로 구성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