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대 재산을 가진 자산가이자 연매출 200만 달러 이상의 주얼리숍 CEO로 거듭난 가수 방미. 지금은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사실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978년 MBC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동생과 자기 학비를 스스로 벌어서 내야했다. 이혼한 아버지는 소득이 있었지만 씀씀이가 커서 돈이 모이지 않았다. 방씨가 근검절약을 ‘재테크의 제1철칙’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0년대 ‘날 보러와요’로 유명해진 방미는 출연료를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았고 투자에 투자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2012 한경 머니 & 인베스팅 전국 로드쇼’에 특별 강사로 출연할 예정인 방씨는 조만간 한국에서도 비즈니스 도전장을 내민다. 그는 오는 20일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미애뱅(MeaeBang)’ 한국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미애뱅’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 갖고 있는 주얼리숍이다. 매장 이름은 자신의 예명인 방미와 본명인 박미애를 합쳐서 만들었다. ‘재테크’ 실전고수로 평가받는 방씨는 개점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예비 창업자를 위해 그의 성공 노하우와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이지 말고, 종업원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으며 창업을 할 때는 무조건 다른 가계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씨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가게를 열 필요가 없다며 ‘미애뱅’ 압구정점 초기 투자비를 밝혔다. 투자금액은 모두 4억2000만원. 50? 규모의 매장 인테리어와 판매할 물건을 들여오는데 3억2000만원을 쓰고 직원 5명의 인건비와 임대료로 1억원을 잡았다. 그가 기대하는 첫 해 매출액은 2억원으로 하루에 100만원도 안되는 물건을 팔겠다는 뜻이다. 주요 판매 물품인 여성용 손가방 클러치의 가격이 5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약소한 수준이다.

그는 “돈도 많다면서 너무 작게 시작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사업이든 초기에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몇 명이 됐던 고정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단골 고객이 많이 생기고 입소문이 퍼지면 그 때가 비로소 확장에 나설 타이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추가 영업점을 낼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일본 진출까지 고려 중이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매점을 내게 된 근거는 철저한 시장조사에 있다. 뉴욕에 사는 그녀는 해마다 두 번씩 한국을 찾아 시장조사를 한다. 작년에는 새로운 가게를 열기 위해 한 달을 묶었다. 당초에는 명동과 강남역을 1순위로 꼽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들이다. 하지만 강남역은 일찌감치 탈락했다. 사람은 많지만 어린 사람들이 많아 소비여력이 작다는 이유에서였다. 명동은 일본 중국 미국 등 외국인이 많아 끝까지 관심을 기울였지만 아무래도 임대료가 부담됐다.

그러다 마무리 국면에서는 가로수길과 로데오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선택은 로데오 거리. 가로수길에서는 작은 매장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가로수길에서는 자라나 나이키처럼 규모가 큰 곳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작은 매장들이 밀려나는 상황이었다. 대형 매장이 많은 돈을 주겠다면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높이면서 작은 매장을 나가라고 압박한다. 작은 매장들은 좋은 권리금을 받고 나오는 게 최선의 선택이 된다. 늦게 들어가면 그나마 권리금도 건지기 힘들다. 빌딩 주인인 방씨가 이같은 구조를 모를리 없었다.

반면, 로데오 거리는 상권이 쇄퇴하면서 권리금이 없이 ‘무혈입성’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상권이 살아나도 권리금을 덤으로 받을 수 있다. 가로수길과 로데오거리에서 장사하는 ‘꾼’들은 이 같은 상황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이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장사를 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방씨는 설명했다.

그는 사업에 앞서서 치밀한 계획이 중요하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당장 10억원이 있으면 뭐합니까. 한 순간에 3억~4억 까먹기는 일도 아닙니다. 투자를 어떻게 하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관건입니다.” 방씨는 80세까지 일하고 싶다며 무역회사를 LA에서 운여하겠다는 장기계획을 세워놓고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씨는 사업 아이템이 정해지면 은퇴 전에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직위에 있었던 간에 다른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해보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그는 “막상 사업을 해보면 계획을 세울 때 검토하지 않았던 변수들이 굉장히 많이 발생한다”며 “남 밑에서 일을 하면서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고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내가 왕년에 누구였는데’라는 생각을 지우고 서비스 마인드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나중에 종업원을 쓸 때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방씨의 지론이다.

실제 창업에 나서게 되면 차별화에 주력해야 한다. 방씨는 어떤 사업이든 무조건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고 그런 가게로는 돈만 까먹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방씨는 “커피전문점이 창업의 대세라고 하는데 나는 관심이 없다”며 “너도나도 하는데 여기서 무슨 떼돈을 벌겠냐”고 되물었다. 경쟁자가 많은 ‘레드오션’에서는 노력을 많이 해도 성공 확률은 낮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을 해도 새로운 스타일로 도전하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 커피를 팔면서 특색있는 간식거리를 더한다던가 이벤트를 접목하는 것 등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타벅스, 커피빈과 싸워 이겨낼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인터뷰 도중 안경점 하나가 눈에 띄자 즉석에서 예를 들기도 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안경점 프랜차이즈 ‘룩 옵티칼’을 거론하며 안경점에 패션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매장 디자인을 트렌디하게 바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방씨 역시 맨해튼에서 ‘미애뱅’의 승부수를 차별화에서 찾았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새로 오픈하려는 보석점은 크러치백 등 이브닝 파티 용품을 주로 취급한다”며 “한국에서 우리 가게 처럼 전문적인 쥬얼리 매장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남이 하지 않는 가게, 남들이 다루지 않는 품목을 창조적으로 새롭게 알려주고 판매한다. 이것이 그의 플랜이다.

그는 가게가 밋밋하면 가게 주인이라도 특색을 갖춰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돼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주인이 뉴스거리가 되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방씨 역시 자신을 브랜드화하는데도 열심이다. 자신의 얼굴을 본 딴 이미지를 간판에 걸어둘 정도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부동산은 발끝에서 사서 어깨에 팔아야 하는데 지금은 무릎선’이라거나 ‘초기 투자한 재개발 재건축에서 이익이 생겼다면 매각을 고려할 시점’ 같은 말들로 대신했다. 방씨는 “주택을 구입해서 월세준다고 할 때 여기서 나오는 임대 수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서울 압구정동 일부 아파트는 가격이 조금만 더 떨어지면 매력이 있을 것 같고 청담동에서 초기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단지도 눈여겨 볼 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중개인과 끈끈한 신뢰도 강조했다. 방씨는 부동산 매물 정보가 담긴 여러 건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여줬다.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따끈따근한 정보라며 중개사들이 스스로 보내 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개사에게 주민등록증, 여권까지 맡길 수 있을 만큼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밑바닥 시장 정보부터 거래 상대자에 대한 민원처리까지 곳곳에서 중개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매장을 열면서 보증금 한 푼내지 않고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도 중개사의 도움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방씨는 중개수수료를 100만원 정도 더 얹어주고 지금시점도 잔금이 아니라 계약금을 치를 때 주면서 호감을 산다고 말했다.

방씨는 “은퇴 이후 뭘해야 하냐고 물어오는 사람에게 한 1년은 쉬면서 생각해보라고 조언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솔직히 한심하다”며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시장을 파악하고 고수들을 만나 사업 노하우를 전수 받으라는 기회의 시간을 의미했는데 ‘텔레비전 보기’만 떠올린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은퇴 전에 무엇을 했던 완전히 잊어버리고 일을 처음 배운다는 생각으로 허드렛일을 하는 종업원부터 시작한다는 각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