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IPTV 3년새 500만 가입…방송 패러다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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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장 임계점 넘어선 IPTV
가입자수 佛·中·美이어 세계 4위…언제 어디서나 VOD 시청
쌍방향광고·소셜TV 등 융합 확산…복잡한 UI 개선은 시급한 과제
가입자수 佛·中·美이어 세계 4위…언제 어디서나 VOD 시청
쌍방향광고·소셜TV 등 융합 확산…복잡한 UI 개선은 시급한 과제
서울방송(SBS)이 1995년에 방영했던 ‘모래시계’는 우리나라 방송사에 큰 획을 그은 드라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처음으로 다뤘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평균시청률이 50.8%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당시 ‘모래시계’ 방영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려고 일찍 귀가해 도심 거리가 한산할 정도였다.
‘모래시계’를 지금 방영한다면 어떤 점에서 다를까? 시청률이 50%를 넘을지 밑돌지는 모르겠지만 1995년 방영 때만큼 거리가 한산하진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모래시계’가 ‘귀가시계’가 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유는 2009년에 등장한 IPTV다. IPTV 가입자는 굳이 방영시간에 맞춰 귀가하지 않아도 된다.
# 3년 4개월 만에 500만명… 세계 4위
IPTV가 4월11일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2009년 1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으니까 3년4개월 만이다. 우리나라 유료방송 사상 가장 빠른 돌파 기록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이 빠른 성장이다. 현재 74개 국가에서 IPTV 서비스를 하고 있고 가입자는 5500만명이다. 한국은 프랑스 중국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IPTV는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의 준말로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를 이용해 제공하는 디지털 텔레비전 서비스다. 가장 큰 특징은 주문형 비디오(VOD·Video on Demand). 영화 드라마 등 비디오 콘텐츠를 편한 시간대에 주문해서 시청할 수 있는 게 IPTV의 최대 강점이다.
IPTV로는 KT ‘올레tv’, SK브로드밴드 ‘B tv’, LG유플러스 ‘U+TV’가 있다. 11일 현재 가입자 수는 올레tv 309만명, B tv 100만명, U+TV 91만명이다. IPTV 3사는 500만명 돌파로 지속성장이 가능한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N스크린, T-커머스, 양방향 광고, 소셜TV 등 다양한 융합 서비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 유료방송 경쟁… 케이블 디지털 전환 유발
IPTV는 케이블TV가 독점하던 유료방송 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꾸고 VOD를 통해 시청문화도 혁신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IPTV 가입자의 57.8%가 가장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로 VOD를 꼽았고 26%가 VOD를 이용하고 있다. IPTV가 VOD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자 케이블TV 사업자들도 VOD 서비스에 나섰다.
케이블TV도 디지털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7년 말 86만명에 불과했던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는 2009년 말 267만명, 지난해 말 423만명으로 늘어났다. 아날로그 가입자는 71.7%인 1070만명이다. IPTV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섬에 따라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도 빨라질 전망이다.
IPTV 등장으로 유료방송 가입자는 케이블TV 1500만명을 더해 2000만명에 달했다.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IPTV 등장 후 1500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IPTV가 유료방송 가입자 기반을 넓힌 것이다. 프로그램 사업자들로서는 콘텐츠를 팔 수 있는 창구가 늘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시청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 사용편의·콘텐츠 강화가 관건
VOD를 무기로 케이블TV를 위협하며 성장해온 IPTV가 이제는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됐다. ‘스마트TV’가 바로 그것이다. 스마트TV는 인터넷에 연결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IPTV로서는 ‘VOD 쌍방향’을 자랑할 수 없게 됐다. 휴대폰에 비유하자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게 됐다.
스마트TV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환경(UI)이 편하다는 점이다. 리모콘을 너댓 번이나 눌러야 하는 IPTV는 자칫 피처폰 신세가 될 수 있다. 사용하기가 편해져야 하고 콘텐츠도 다양해져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VOD로 시청하는 것은 더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다. 좀더 다양한 킬러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
IPTV 업계는 스마트TV가 IPTV를 대체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애플 삼성 등이 경쟁적으로 스마트TV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방송 서비스 특성상 국경을 넘기가 쉽지 않고 자체적으로 망을 깔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IPTV 케이블TV 등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원호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은 “IPTV 가입자 500만명 돌파는 IPTV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새 기회를 제공하고 유료방송 시장의 지평을 넓힌 것을 의미한다”며 “IPTV 사업자들은 500만 가입자 확보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만큼 앞으로 양방향 서비스를 확충하고 고객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