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을 둘러싼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 간 갈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정부가 적극 해명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작년 11월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괴담처럼 퍼졌던 ISD 논란이 재촉발될 경우 현재 야당이 정치 이슈로 몰아가고 있는 한·미 FTA 재협상론에 뜻하지 않은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FTA와 아무런 관련없다”

9호선의 요금갈등이 한·미 간 ISD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메트로9호선에 2대주주(24.5%)로 참여하고 있는 맥쿼리인프라의 미국 자본에 주목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의 일부 지분(4.89%)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자본 ‘인컴펀드오브아메리카’가 9호선 요금 인상 좌절로 기대 이익이 감소할 경우 한·미 FTA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한국 정부에 ISD 소송을 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일부 한·미 FTA 반대론자들의 기우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최동규 외교부 FTA 정책국장은 “4월 현재 미국 투자펀드인 인컴펀드오브아메리카는 맥쿼리인프라에 대한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지분 보유가 전무한 만큼 ISD 제기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9호선 요금을 둘러싼 갈등 자체가 ISD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미 FTA의 ISD 제소 대상이 되는 투자계약은 중앙정부와 외국인 투자자 간 맺어진 계약에 한정된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아닌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투자자와 맺은 계약은 한·미 FTA상의 투자 계약에 해당되지 않아 ISD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최석영 FTA교섭대표는 “이번 사안은 요금 산정에 대한 분쟁이라서 일방적인 간접수용이라고 볼 수 없고 원칙적으로 메트로9호선과 서울시의 계약상 분쟁에 대한 국내 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비차별적 제한조치도 문제 안돼”

외교부는 설혹 중앙정부가 외국인투자자와 맺은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라고 할지라도 국제법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ISD 제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남미 국가들에서 문제가 된 ISD 분쟁들은 외국인 투자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사업몰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반시장 정책은 언제든지 ISD의 제소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정불안을 겪고 있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중앙정부가 이런 정책을 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최 교섭대표는 “공공 정책과 규제 조치가 합리적이고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가리지 않고 비차별적으로 이뤄진다면 ISD 피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ISD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Investor-State Dispute=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때문에 손해를 봤을 때 상대국을 제3의 중재기구, 즉 세계은행 산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 한·미 FTA에만 있는 특별한 제도가 아니라 전 세계 2500여개 투자협정(BIT) 대부분에 포함돼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이정호/조수영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