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복지예산 등 주요 정책을 놓고 각 정당 및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에서 주요 사안별로 정당 간 및 내부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25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19대 총선 학술평가 대회에 참석,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근거로 정당 및 의원 당선자들의 이념성향 지수를 제시했다. 이념의 스펙트럼을 0점(가장 진보)에서 10점(가장 보수) 사이로 정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주관적 지수’와 구체적인 정책 문항에 대한 답변을 통해 계산된 ‘정책평가 지수’를 만든 것이다. 설문에는 당선자 230명이 응했다.

연구에 따르면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진보당의 주관적 이념성향 지수는 각각 6.21점, 2.91점, 1.62점으로 정당 간 차이가 뚜렷했다. 정책평가 지수는 각 정당 순으로 5.45점, 2.38점, 0.95점의 순이었다.

18대 국회와 비교하면 양 당의 지수 차가 커졌다. 새누리당은 2010년 조사에서 6.0점(주관적 지수 기준), 민주당은 4.39점을 받았다.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1.40점이었다. 새누리당은 보수성이 강화된 반면 민주당과 진보당은 진보 색채가 한층 짙어졌다.

구체적인 정책을 살펴보면 한·미 FTA를 재협상 또는 폐기하자는 의견(48.2%)과 이미 양국간 상호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일단 발효시켜야 한다는 주장(51.8%)이 팽팽하게 맞섰다.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원의 비율은 5.2%로 전원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일단 발효시키되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46.6%가 공감을 표시했다. 최동익 당선자(민주당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대부분 새누리당 또는 무소속 의원들이었다.

민주당의 당론인 재협상 입장은 35.2%였다. 심상정 진보당 공동대표가 당론인 폐기 대신 재협상을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불평등 조약이므로 폐기해야 한다는 강경론자는 13%였다. 대부분 민주당이나 진보당 인사들이었으나 새누리당에서도 폐기를 지지하는 당선자(염동열·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가 있었다.

경제성장과 복지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현 경제수준을 고려해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82.6%)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더라도 복지예산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6.1%나 됐다. 불필요한 복지예산을 줄이고 경제성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은 9.6%에 그쳤다.

강 교수는 “정당의 이념적 특성이 과거에 비해 훨씬 뚜렷하게 분화, 차별화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보수 정당, 민주당은 (자유주의적) 진보 정당, 그리고 진보당은 좌파 정당으로서 각각의 정체성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야권 연대에도 불구하고 특정 사안에 따라 진보 진영 내에서도 상당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