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엘피다의 인수전에 중국 정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니혼게이자이의 보도다. 일본 D램 반도체의 마지막 보루였던 엘피다가 파산하면서 현재 인수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그리고 미·중 합작펀드의 3파전이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중 합작펀드다. 시장에서는 이 펀드 뒤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인다. 우선 입찰에 참가한 중국 펀드 호니캐피털의 경우 그 모회사인 레전드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바로 중국 정부기관이다. 게다가 중국 펀드와 공동으로 참여한 미국 대형펀드 TPG도 중국과 관계가 깊다. 중국 최대 컴퓨터 회사인 레노버가 미국 IBM의 PC사업을 인수할 때 공동으로 출자했던 곳이다. 최근의 정황을 따져봐도 그렇다. 삼성전자와 엘피다로부터 D램을 공급받는 레노버가 삼성전자와의 가격협상이 난항을 겪자 엘피다로부터 구입량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막후 조정설이 나오는 이유다. 어쩌면 일본과 중국이 이미 모종의 협상에 들어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엘피다의 중국행은 여러 모로 걱정되는 시나리오다. 우선 동아시아 산업의 질서정연한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일본 경제학자들은 일찍이 ‘기러기떼 모델’로 이 지역에서의 산업발전과 분업구조를 설명한 바 있다. 만일 엘피다가 중국으로 바로 넘어갈 경우 당장 동북아에서는 협력보다 경쟁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이는 한·중·일 FTA 등 새로운 경제질서의 구축은 물론 이 지역의 정치적 안정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D램 세계시장에 혼란이 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이 무분별한 덤핑공세로 나오면 미·중 통상 마찰의 파고부터 급격히 높아질 게 뻔하다. 중국이 반도체를 호시탐탐 노려왔지만 지식재산권 보호조차 제대로 안 되는 국가라는 점도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필시 기술이나 인력 유출 등 온갖 지재권 분쟁이 촉발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엘피다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여러가지로 골칫거리다. 일본은 심사숙고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