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7일 오후 3시33분 보도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이 다시 늘고 있다. 아직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았거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있는 중견 기업들이 주인공이다. 앞으로 대기업 규제는 강화되고 지주회사 전환 혜택은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중견그룹 지주사 전환 잇따라

최근 6개월간 삼양사넥센타이어 애경그룹 한국타이어 등이 잇따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기업분할이나 주식스와프(교환)를 실시했다.

삼양사는 지난해 11월 삼양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넥센은 공개매수를 통한 주식스와프로 넥센타이어 지분율을 높이며 지주회사 요건을 맞췄다. 애경유화는 AK홀딩스를,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분할해 각각 지주회사로 세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선진 팀스 등 중소규모 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경우는 있지만 대기업 그룹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은 2010년 1월 코오롱그룹 이후 2년여 만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자회사 보유지분 확대, 부채비율 요건 강화 등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권이 바뀌기 전에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올해가 세제 등 정책적 지원을 받으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부 한솔 효성 STX도 전환 가능성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하거나 경영권 승계를 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그룹들도 포함된다.

최근 가시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곳은 동부그룹이다. 동부CNI를 중심으로 한 일반지주회사와 동부화재 중심의 금융지주회사로 나누기 위한 준비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한화그룹과 효성, STX도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주력 기업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사업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만큼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쉬운 구조다.

최대주주의 그룹 지배력이 약한 현대중공업과 한솔그룹 등도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새누리당) 등이 21.32%의 지분만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순환출자 구조인 현대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이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있어 지배구조 정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지적된다.

○삼성 현대차 NHN도 거론

재계 1, 3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지배구조에 변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 등 ‘3세 승계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중간 지주회사 등이 출현할 것이란 시각이 상당하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개별기업 중에서는 사업영역 확장으로 덩치가 커지고 있는 NHN이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거론된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상속 문제로 그룹 지배력을 확장하는 일명 ‘오너십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할 필요가 있는 기업에 지주회사 전환은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등 순환출자를 가진 그룹도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