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머리싸맨 정부…산업용 6~8% 올릴 듯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원가의 87% 수준·판매 비중도 절반 넘어
기업 "수출도 어려운데…제품價 부담"
기업 "수출도 어려운데…제품價 부담"
정부가 최근 한국전력이 제출한 전기요금 인상 요구안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작년 이후 공격적 물가관리에 나선 정부가 주택용 및 농사용 전기료 인상을 유예하거나 최소화하는 대신 산업용 요금 체계를 손질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유럽연합(EU) 재정위기, 대(對)중 수출 둔화 등 대외 여건이 점차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전 “값싼 전기료 이젠 한계”
한전은 최근 전력관리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 올해 평균 13.1%의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요구안을 제출했다. 한전은 통상 3월 결산 뒤 손익 실적을 토대로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한다. 작년 두 차례에 걸친 요금 인상은 9·15 정전대란과 맞물려 예외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두 번의 전기료 인상에도 총 원가회수율이 여전히 87.4%에 머물고 있는 데다 지난 4년간 누적 적자가 8조원에 달해 더 이상 현행 수준의 요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영 정상화와 정상적인 투자를 위해선 전기요금이 원가 대비 107% 수준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올 하반기는 대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이 어려울 전망인 만큼 반드시 상반기 중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한전 관계자는 “원가절감 등 자구노력으로 매년 2.5%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해왔지만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이라도 최소한 원가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동의할까
지경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전의 요구안을 받아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며 “아직 종(種)별 인상 수준과 시기는 정해진 게 없지만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대비 최고 절반 수준인 전기요금을 현실화함으로써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다.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선 물가 주무부처인 재정부와 협의한 뒤 전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재정부는 그동안 요금 인상 수준을 놓고 번번이 지경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발전 업계에선 6~7월 중 산업용 전기료를 중심으로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요금 인상 수준은 6~8% 선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요금이 원가의 87%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다 판매비중도 절반이 넘어 상대적으로 인상 요인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발등엔 불
당장 산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예년 상황에 비춰볼 때 앞으로 1~2개월 내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3개월 전에 수출 계약이 이뤄진 물량”이라며 “정부가 또다시 전기료를 기습적으로 올릴 경우 원가 상승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포스코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한 해에 내는 전기요금은 5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7% 정도의 요금 조정만 이뤄져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여기에 필수 원재료나 다름없는 전기요금 인상은 제품 가격에 전가돼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한전이 전기료 인상의 근거로 내세우는 선진국과의 요금 비교도 적절치 않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산업용 전력은 대부분 고압으로 송·배전 단계에서 전력손실이 작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각 국별 전력시장 및 발전단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요금수준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공급자 측의 일방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한전 “값싼 전기료 이젠 한계”
한전은 최근 전력관리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 올해 평균 13.1%의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요구안을 제출했다. 한전은 통상 3월 결산 뒤 손익 실적을 토대로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한다. 작년 두 차례에 걸친 요금 인상은 9·15 정전대란과 맞물려 예외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두 번의 전기료 인상에도 총 원가회수율이 여전히 87.4%에 머물고 있는 데다 지난 4년간 누적 적자가 8조원에 달해 더 이상 현행 수준의 요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영 정상화와 정상적인 투자를 위해선 전기요금이 원가 대비 107% 수준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올 하반기는 대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이 어려울 전망인 만큼 반드시 상반기 중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한전 관계자는 “원가절감 등 자구노력으로 매년 2.5%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해왔지만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이라도 최소한 원가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동의할까
지경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전의 요구안을 받아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며 “아직 종(種)별 인상 수준과 시기는 정해진 게 없지만 인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대비 최고 절반 수준인 전기요금을 현실화함으로써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다.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선 물가 주무부처인 재정부와 협의한 뒤 전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재정부는 그동안 요금 인상 수준을 놓고 번번이 지경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발전 업계에선 6~7월 중 산업용 전기료를 중심으로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요금 인상 수준은 6~8% 선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요금이 원가의 87%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다 판매비중도 절반이 넘어 상대적으로 인상 요인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발등엔 불
당장 산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예년 상황에 비춰볼 때 앞으로 1~2개월 내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3개월 전에 수출 계약이 이뤄진 물량”이라며 “정부가 또다시 전기료를 기습적으로 올릴 경우 원가 상승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포스코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한 해에 내는 전기요금은 5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7% 정도의 요금 조정만 이뤄져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여기에 필수 원재료나 다름없는 전기요금 인상은 제품 가격에 전가돼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한전이 전기료 인상의 근거로 내세우는 선진국과의 요금 비교도 적절치 않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산업용 전력은 대부분 고압으로 송·배전 단계에서 전력손실이 작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각 국별 전력시장 및 발전단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요금수준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공급자 측의 일방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