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ID 물품 에피소드…"어? 교통카드 왜 안 찍히지?" 사원증 자꾸 대는 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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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에 빠진 女임원, 배지도 순금으로 주문제작
"나도 사원증 목에 걸고 싶어" 운전면허증 넣고 대리만족
고민 안 해서 유니폼 부럽다고? 이 더위에 긴팔 입으니 '어휴'
"나도 사원증 목에 걸고 싶어" 운전면허증 넣고 대리만족
고민 안 해서 유니폼 부럽다고? 이 더위에 긴팔 입으니 '어휴'
김 과장은 퇴근 전 목에 걸고 있는 사원증을 벗었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얼마 전 버스를 타면서 교통카드 단말기에 사원증을 갖다 댔다가 웃음거리가 됐던 기억 때문이다. “교통카드 단말기뿐이 아니에요. 가끔은 거래처 입구나 은행 보안업체용 단말기에도 제 사원증을 대기도 해요. 저 같은 사람이 많다고는 하지만 실수를 할 때마다 좀 창피해요.”
김 과장, 이 대리들의 필수품 중 하나인 사원증, 명함, 유니폼, 배지 등 회사 ID 물품들. 애사심과 자부심을 고취시켜 주는 상징 역할을 하지만, 매일같이 사용하다 보니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ID 물품에 얽힌 직장인들의 에피소드를 정리해 본다.
○사원증 대신 운전면허증 걸고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 대리에게는 사원증에 대한 ‘로망’이 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목에 사원증을 걸고 다니는 직장인들이 늘 부러웠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중소기업에 취업한 그는 복지 수준이나 업무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지만, 사원증이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그러던 이 대리가 얼마 전 한을 풀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그에게 남자친구가 사원증 케이스를 사준 것. “케이스는 생겼지만 사원증이 없다 보니 운전면허증을 넣어 놓고 가끔씩 운전할 때 목에 걸어봐요. 남친도 이렇게 쓸 줄은 몰랐다며 황당해 하더라고요.”
김 대리는 유니폼 입는 친구 A가 부럽다. 직장에서는 유니폼으로 갈아 입지만, 출퇴근 때는 상사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옷차림 때문이다. A는 추운 날이면 어그부츠에 레깅스, 패딩을 겹쳐 입고, 여름에는 슬리퍼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한다. 장마철에는 레인부츠에 반바지 차림이다. “저처럼 정장을 입어야 하는 사람들은 매일 뭐 입을지 고민도 많고 옷값도 훨씬 더 들어가요. 차라리 유니폼을 입으면 회사 밖에서는 대학 때처럼 자유롭게 입고, 정장 살 돈으로 다른 옷에 더 투자할 수도 있어 부럽네요.”
○민감한 피부의 적 유니폼
그러나 막상 유니폼을 입는 직장인들도 불만이 많다. 2년차 사원 강씨는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피부가 민감한 그는 평소에도 유니폼만 입지 못하고 속에 티셔츠를 받쳐 입는다. 하지만 요즘처럼 갑자기 기온이 올라갈 때 긴팔 유니폼에 티셔츠까지 입고 있자니 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다. 반소매 유니폼을 입고 싶지만, 회사 규정상 하절기 유니폼은 6월부터 입게 돼 있고, 회사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임신 5개월째 접어드는 박 과장도 유니폼 때문에 불편하다. 본격적으로 배가 불러오면서 제일 큰 사이즈 바지를 빌렸지만 잘 맞지 않는다. 자율복을 허락해 달라는 결재를 올렸지만 그 역시 퇴짜를 맞았다. 임신부용 유니폼도 있지만 펑퍼짐한 자루 같아 차마 입을 수 없다.
유니폼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들을 보면 무조건 하대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은행 창구에서 근무하는 이 대리는 명문대를 나와 공채시험을 보고 입사한 정규직 직원이다. 하지만 창구에 앉아 있는 은행원들을 보면 무조건 반말을 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 “은행 유니폼을 입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 ‘창구 아가씨냐?’며 반말을 하는 어른들이 많아요.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ID도 패션
상사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사원증에 투자하는 김 과장, 이 대리들도 많다. 회사에서 나눠주는 사원증 케이스가 아닌 나만의 케이스를 사용한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줄을 쓰거나, 적잖은 돈을 들여 명품 줄을 구입해 케이스를 ‘리폼’하는 직장인들까지 있다.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최 대리는 20만원을 투자해 명품 브랜드 핸드폰 줄을 구입해 사원증 줄로 쓰고 있다. “돈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침마다 사원증을 걸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속일 수 없습니다.”
귀금속을 좋아하는 대기업 임원 나 상무. 이 회사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회사 내에서는 상당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실력만큼이나 유명한 것은 그의 외모. 출근부터 퇴근까지 흐트러짐 없이 외모를 관리하고 특히 귀금속 액세서리를 좋아한다. 나 상무의 배지를 자세히 보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신이 주문 제작한 순금 배지다. 보통의 도금 배지가 마음에 안 들어 같은 디자인이지만 순금으로 만든 것이다. 그에게 순금 배지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을 나타내주는 심벌이다.
○애사심과 사생활 사이
신입사원 도씨는 얼마 전 재킷마다 달아뒀던 회사 배지를 떼어냈다. 그는 입사 초기 대기업에 들어왔다는 자부심과 회사에 대한 사랑으로 배지 몇 개를 구해 자주 입는 재킷과 가방에 달아뒀다.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배지 탓에 사생활이 들켜서다. 여자친구가 있는 직원들에 대한 간섭이 심한 부서 분위기 때문에 여자친구의 존재를 숨겨왔던 도씨는 얼마 전 여친과 백화점에 갔다 상사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상사는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도씨와 여자친구 얘기를 전 부서원에게 소문을 냈다. “무심히 지나치다 가방에 달려 있는 배지를 보고 얼굴을 다시 쳐다봤다고 하네요. 이후로 조금만 일찍 퇴근해도 ‘여자친구 만나러 가냐’며 빈정거리는 것 같아 듣기 싫네요.”
천 대리가 근무하는 회사의 직원들은 이상한 버릇이 있다. 회사 주변 고깃집 한 곳을 갈 때면 항상 사원증을 목에 걸고 가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다. 이유는 그 고깃집 사장 아주머니의 아들이 바로 천 대리 회사 신입사원이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는 아들이 다니는 회사 사원증을 걸고 들어오는 직원들에게는 친절과 함께 서비스도 마음껏 제공한다. 물론 자신의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다른 회사 직원들도 사원증을 빌려 그 고깃집을 이용한다고.
강영연/정소람 기자 yykang@hankyung.com
김 과장, 이 대리들의 필수품 중 하나인 사원증, 명함, 유니폼, 배지 등 회사 ID 물품들. 애사심과 자부심을 고취시켜 주는 상징 역할을 하지만, 매일같이 사용하다 보니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ID 물품에 얽힌 직장인들의 에피소드를 정리해 본다.
○사원증 대신 운전면허증 걸고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 대리에게는 사원증에 대한 ‘로망’이 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목에 사원증을 걸고 다니는 직장인들이 늘 부러웠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중소기업에 취업한 그는 복지 수준이나 업무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지만, 사원증이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그러던 이 대리가 얼마 전 한을 풀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그에게 남자친구가 사원증 케이스를 사준 것. “케이스는 생겼지만 사원증이 없다 보니 운전면허증을 넣어 놓고 가끔씩 운전할 때 목에 걸어봐요. 남친도 이렇게 쓸 줄은 몰랐다며 황당해 하더라고요.”
김 대리는 유니폼 입는 친구 A가 부럽다. 직장에서는 유니폼으로 갈아 입지만, 출퇴근 때는 상사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옷차림 때문이다. A는 추운 날이면 어그부츠에 레깅스, 패딩을 겹쳐 입고, 여름에는 슬리퍼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한다. 장마철에는 레인부츠에 반바지 차림이다. “저처럼 정장을 입어야 하는 사람들은 매일 뭐 입을지 고민도 많고 옷값도 훨씬 더 들어가요. 차라리 유니폼을 입으면 회사 밖에서는 대학 때처럼 자유롭게 입고, 정장 살 돈으로 다른 옷에 더 투자할 수도 있어 부럽네요.”
○민감한 피부의 적 유니폼
그러나 막상 유니폼을 입는 직장인들도 불만이 많다. 2년차 사원 강씨는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피부가 민감한 그는 평소에도 유니폼만 입지 못하고 속에 티셔츠를 받쳐 입는다. 하지만 요즘처럼 갑자기 기온이 올라갈 때 긴팔 유니폼에 티셔츠까지 입고 있자니 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다. 반소매 유니폼을 입고 싶지만, 회사 규정상 하절기 유니폼은 6월부터 입게 돼 있고, 회사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임신 5개월째 접어드는 박 과장도 유니폼 때문에 불편하다. 본격적으로 배가 불러오면서 제일 큰 사이즈 바지를 빌렸지만 잘 맞지 않는다. 자율복을 허락해 달라는 결재를 올렸지만 그 역시 퇴짜를 맞았다. 임신부용 유니폼도 있지만 펑퍼짐한 자루 같아 차마 입을 수 없다.
유니폼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들을 보면 무조건 하대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은행 창구에서 근무하는 이 대리는 명문대를 나와 공채시험을 보고 입사한 정규직 직원이다. 하지만 창구에 앉아 있는 은행원들을 보면 무조건 반말을 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 “은행 유니폼을 입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 ‘창구 아가씨냐?’며 반말을 하는 어른들이 많아요.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ID도 패션
상사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사원증에 투자하는 김 과장, 이 대리들도 많다. 회사에서 나눠주는 사원증 케이스가 아닌 나만의 케이스를 사용한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줄을 쓰거나, 적잖은 돈을 들여 명품 줄을 구입해 케이스를 ‘리폼’하는 직장인들까지 있다.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최 대리는 20만원을 투자해 명품 브랜드 핸드폰 줄을 구입해 사원증 줄로 쓰고 있다. “돈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침마다 사원증을 걸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속일 수 없습니다.”
귀금속을 좋아하는 대기업 임원 나 상무. 이 회사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회사 내에서는 상당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실력만큼이나 유명한 것은 그의 외모. 출근부터 퇴근까지 흐트러짐 없이 외모를 관리하고 특히 귀금속 액세서리를 좋아한다. 나 상무의 배지를 자세히 보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신이 주문 제작한 순금 배지다. 보통의 도금 배지가 마음에 안 들어 같은 디자인이지만 순금으로 만든 것이다. 그에게 순금 배지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을 나타내주는 심벌이다.
○애사심과 사생활 사이
신입사원 도씨는 얼마 전 재킷마다 달아뒀던 회사 배지를 떼어냈다. 그는 입사 초기 대기업에 들어왔다는 자부심과 회사에 대한 사랑으로 배지 몇 개를 구해 자주 입는 재킷과 가방에 달아뒀다.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배지 탓에 사생활이 들켜서다. 여자친구가 있는 직원들에 대한 간섭이 심한 부서 분위기 때문에 여자친구의 존재를 숨겨왔던 도씨는 얼마 전 여친과 백화점에 갔다 상사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상사는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도씨와 여자친구 얘기를 전 부서원에게 소문을 냈다. “무심히 지나치다 가방에 달려 있는 배지를 보고 얼굴을 다시 쳐다봤다고 하네요. 이후로 조금만 일찍 퇴근해도 ‘여자친구 만나러 가냐’며 빈정거리는 것 같아 듣기 싫네요.”
천 대리가 근무하는 회사의 직원들은 이상한 버릇이 있다. 회사 주변 고깃집 한 곳을 갈 때면 항상 사원증을 목에 걸고 가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다. 이유는 그 고깃집 사장 아주머니의 아들이 바로 천 대리 회사 신입사원이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는 아들이 다니는 회사 사원증을 걸고 들어오는 직원들에게는 친절과 함께 서비스도 마음껏 제공한다. 물론 자신의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소문이 퍼지면서 인근 다른 회사 직원들도 사원증을 빌려 그 고깃집을 이용한다고.
강영연/정소람 기자 yykang@hankyung.com